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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열 살로 살아가기

by 반윤성
산다는 것

우리는 물건의 가격을 알아보고 합리적인 금액이라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지갑을 꺼낸다. 물건은 그렇게 내 공간으로 들어오고 그렇게 방치된다. 그렇게 고심해서 산 러닝머신에 수건이 걸린 것을 본 순간 우리는 자조적인 웃음을 짓는다. 소유한다는 것은 물건의 운명을 내가 책임진다는 것이다.


반면에 구독한다는 것은 잠시 누군가로부터 빌려온 것이다. 일종의 계약 관계인 셈이다. 우리는 물건을 잘 쓰기만 하면 관리나 개량은 업체에서 다 해준다. 삶에 깊숙이 파고들어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공간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이다.

옛날에는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각 부족과 나라가 전쟁을 일으켰다면 요새는 가정집의 3.3m^2의 평수를 차지하기 위해 기업들은 치열한 암투를 마다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것이 가상이든 현실이든 각 가정의 평수를 합하면 그렇게 영주들이 정복하고 싶어 하던 토지가 될 것이다.


월간 이용권

이러한 흐름은 디지털 공간까지 이어진다. 우리가 옛날에 썼던 가계부와 요즘 지출내역을 비교해보면, 먹고사는데 돈을 쓴 것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같지만 꽤나 달라진 점이 있다. 바로 '월간 이용권'이다. 노래를 듣기 위해, 영화를 보기 위해, 게임을 하기 위해 매달마다 일종의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나는 최근에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네이버 멤버십을 신청해서 하고 있다. 이 멤버십은 제품을 구매할 때 포인트를 더 적립해주고, 부가서비스로 영상 스트리밍이나, 클라우드 이용권, 웹툰 유료 회차 제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저렴한 월 이용료에 비해 혜택이 많아 계속 사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서비스들은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와 생활에 걸쳐서 우후죽순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은 심화될 것이고, 다양한 혜택을 계속해서 제공하며 사용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체리피커가 디지털 변환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자세

기업이 제공하는 이벤트나 행사에서 상품과 보상을 받고 바로 돌아서는 이용자를 '체리피커'라고 한다. 케이크에서 맛있는 체리 부분만 먹고 버리는 습성을 가진 사람을 빗대어 표현하는 단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들을 욕할 수 없는 점은 어차피 마케팅 방향이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첫 달 무료. 어떤 서비스를 굉장히 솔깃해서 가입했지만 두 달째에 자동으로 결제가 되어버려 난감한 경우가 있었다. 지금 해지하면 일부만 돌려받을 수 있대나 뭐래나. 이런 대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 알람까지 설정하며 뽑아먹을 수 있는 시간까지 뽑아먹는 사용자도 있다.


마치 무엇이든 뚫는 창과 무엇이든 막는 방패의 대결을 보는듯하다. 이런 치열한 대결 양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최종 승리자가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기업이 이기게 되면 결과는 암울할 것이다. 사용료는 올라갈 것이며, 부가적인 혜택은 종료되고, 옵션에 옵션이 붙는 상황도 나올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체리피커들의 역할이 조금 더 커졌으면 좋겠다. 그들의 영향력이 커져 한 회사가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지 못하게하고, 불소 불위의 권력을 휘두르지 않도록 다양한 경쟁을 펼치도록 지원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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