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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윤성 Mar 14. 2022

첫 날

나의 도파민 절식기

오늘 핸드폰을 검은 화면으로 바꾸었다.


몇 주전 코로나가 확진되어 방구석에서 가만히 일주일을 보냈다. 그렇게 폐인처럼 시간을 보내보니, 처음에는 알차게 보내려고 했던 시간이 자극적이고 원초적인 음식과 영상으로 점철된 하루를 맞이하게 되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늦어도 12시엔 자곤 했는데 새벽이 지나도록 잠에 들지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도파민에 관한 내용을 접했다. 사람의 뇌에는 도파민이라는 것이 분비되고 이 호르몬은 사람에게 고양감과, 즐거움을 선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엔 수용체가 있어서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주어야 반응이 일어난다고 한다.


특히 이런 중독 현상이 심해지면 일상의 작은 것들로는 도저히 채워질 수 없는 공허함과 우울함을 갖게 되는데, 나도 다소 비슷했던 것이 핸드폰을 자주 보는 편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사용시간이 점점 늘어나 하루에 10시간을 사용한다는 알림이 왔을 때 정말 놀랐다.


24시간 중에 8시간은 자고, 8시간 일하고, 나머지 시간과 쉬는 시간을 모두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핸드폰으로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의미 없는 사람들의 의미 없는 영상을 보거나, 의미 없는 쇼핑을 하거나, 의미 없는 알림을 확인하거나. 정말 이렇게나 무의식적으로 살아가는지.


문득 이것도 도파민 때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의 알림과 자극적인 화면은 우리의 눈과 귀를 자극한다. 자극은 다시 흥미와 즐거움을 유발하고 점점 더 더 큰 자극을 요구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날 인류가 얼마나 많은 자극 속에 노출되어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2022년 3월 14일 오늘 도파민 단식을 실행했다. 아무래도 금식까진 어렵고 고될 것이라고 판단해서 핸드폰, 청량음료, 인스턴트 음식을 비롯해 온갖 자극을 유발하는 매체를 줄이기로 했다. 그리고 가능한 운동과 책, 명상, 사람과의 관계에 집중하기로 한다.


이 기록은 매일 혹은 생각날 때 계속 작성될 것이며 그날의 기분, 감정, 건강과 같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 과정을 다뤄보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역시 솔직함이 필요하다. 내 지금 상태는 솔직히 엉망이다.


지금 상태는 끼니는 인스턴트 음식과 탄산음료로 채우고, 유튜브 영상에 심취, 주식 중독,  운동 부족, 필수 영양소 부족, 우울감, 저수면 등이다. 술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렇지 술까지 먹었으면 더욱 심각한 상태이지 않았을까? 그러면 이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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