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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윤성 Mar 26. 2022

열두 번째 날

나의 도파민 절식기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따라서 나는 자유롭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우리가 진정 행복하고 싶다면 가진 욕망을 낮추거나 가진 재산이나 능력을 올리면 된다. 하지만 사회에서 주어지는 다양한 자극과 욕구들은 우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자극과 욕망은 통상 주어질수록 무뎌지고, 감퇴되어 더 많은 자극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나는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 초기화할 필요를 느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것들로 멀어질 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벌써 12번째 날. 현재의 상태를 요약해보면 아직까지 겉으로 체감되는 것은 별로 없다.


그저 몇 번의 고비 속을 지나왔을 뿐이다. 의도적으로 자극을 유발하는 상황과 물질로부터 멀어지고 있으며, 육체가 영혼을 지배하기 때문에 몸을 균형 잡힌 식사와 좋은 영양소로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충동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꽤나 평온한 정신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운동하거나 공부를 할 때 조금이라도 힘들면 곧장 놔버리곤 했었는데 꽤나 끈기 같은 게 생긴 것 같다. 불면증이나 무기력한 증상도 사라지고 있고 외관상으로 달라진 것은 없으나 정서적으로 많이 변하고 있다. 40일 정도면 도파민이 어느 정도 제자리를 잡는다고 하는데 그때가 기대되고 있다.


여기는 스타벅스, 오늘도 밖에 비가 오고 있으며 봄이 오고 있다. 우울증 증상은 현재 날씨가 어떤지, 계절이 어떤지 무관심해지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한다. 그러면 우선 지금을 집중해보자. 우리가 마시는 숨결과 따뜻한 햇빛, 공기와 습도. 주어진 일상의 아주 조그만 부분이라도 그렇게 느끼면서 살아가 보자.


이것은 맛을 느끼는 과정과 비슷하다. 어떤 생각에 푹 빠져 음식을 먹으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어떤 맛인지 잘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그 순간만이라도 지금 하는 행위와 의도에 집중하면 우리의 일상은 다시 한번 복원될 것이고 그렇기에 자유로워질 수 있다.


자유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보자면 누구나 정의 내리기 나름이지만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도 하고 싶지 않은 직장과 일로부터의 해방되어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자유가 주어져도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나의 어머니는 카페 바리스타인데 코로나로 인해 휴점을 하게 되다 보니 의도치 않은 자유가 주어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했으니 반복적인 생활을 하던 사람에게 자유가 주어지는 것은 뜻밖에 고통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진정한 자유란 내 모든 상황과 벌어지는 일들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분명 법적, 사회적으로 자유인이지만 정신적인 자유는 아직 획득하지 못했다. 모두에게 조금씩 자기 나름대로의 자유가 주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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