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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윤성 Mar 26. 2022

이어팟 [EarPods] 리뷰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 일상을 살리는 소소한 구매 후기

잠시만요 이어폰 배터리가 없어서요

집에 가기까지 3시간, 하지만 무선 이어폰 배터리가 없다. 그야말로 암담한 상황이다. 언제부터 우리는 이어폰에 꼬박꼬박 전기세를 납부해야 했을까. 이게 전부 애플 때문이다. 애플의 지극히 상업적인 마케팅과 디자인으로 무선 이어팟 보급은 삽시간에 일어났으며 그로 인해 이어폰을 넘어 우리 삶의 대부분이 충전이 필요한 물건들로 교체되고 있다.


충전이 필요하다는 것은 마치 내연기관을 가진 자동차처럼 연료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연료가 없으면 가지 않고 주기적으로 연료를 신경 써줘야 한다. 따라서 머릿속 한편엔 충전에 대한 생각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하며 그로 인해 다른 생각을 해도 모자랄 판에 연료 주입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다니 손실이 크기가 그지없다.


bad things


이제 환경파괴라는 명분으로 이제 아이폰을 사면 주던 충전기와 이어폰이 없다고 한다. 역시 세계 시총 1위 그룹의 생각은 다르다. 어떻게 그들이 1위가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정말 different things라는 말 그대로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요즘이다.



1. No charge, No change

그렇다면 모든 이어폰이 무선 이어폰으로 대체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모자의 용도인 햇빛을 제일 가려주는 선캡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선캡을 쓰지 않듯이 줄 이어폰은 대체될 수 없다. 오히려 지금이 무선 이어폰 최고 정점이기 때문에 줄 이어폰의 시대가 다시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줄 이어폰이 주는 독특한 감성은 유행 따위 신경 쓰지 않는 힙스터의 정신을 보여주며, 내 생각엔 곧 많은 사람의 인스타그램에 다시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격이 오르기 전에 어서 빨리 구매하도록 하자.


2. 25,000원에 즐겨요

가격이 싸다, 그것도 너무. 애플은 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고급 인력과 테스트를 수행했다고 한다. 또한 출시된 지 많은 시간이 흘렀기에 제품에 대한 검증은 더할 나위 없다. 그리고 에어팟과 이어팟 모두 써본 결과 막귀라서 잘 모르겠지만 이어팟이 훨씬 음질이 부드럽고 선명한 느낌이었다.


이런 제품을 25,000원에 즐길 수 있다니 놀랍다. 실수로 강아지가 씹어도, 술 마시고 잃어버려도 치킨 한 마리 사 먹은 셈 치고 인터넷에서 사면 그만이다. 이왕 살 거 여러 개 사자. 만약 에어팟이었다면 당신의 지갑과 마음에 크나큰 상처를 줬을 것이다.


3. 귀찮음 vs 간편함

억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위에서 한 말은 모두 철저한 경험에서 나온 사실이다. 더불어 간편함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간편하게 귀에 꽂아서 듣는 음악과 꼬인 실타래 풀듯이 풀어내 번거롭게 듣는 음악은 느낌이 다르다. 그리고 너무 간편하면 중독되기 쉽다.


높은 음량의 이어폰을 귀에 오래 착용하는 것이 그렇게 건강에 안 좋다고 한다. 귀찮음은 의외로 좋은 것이며 당신에게 정말 음악이 듣고 싶은지 물어보는 질문이 되기도 한다. 정말 그렇게도 이어폰을 쓰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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