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슬기로운 도시 생활 #2
도시와 여행
도시를 여행한다는 말이 낯설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말의 근원처럼 어딘가를 자유롭게 향유한다는 것은 여행의 본질이다. 태어날 때부터 내가 살 곳을 정하면 좋겠지만, 우리는 저마다 각자의 장소와 위치에서 살아간다. 울타리 속에서 우리는 테두리를 닮은 무언가가 되어가고 그렇게 환경을 닮아간다. "서울 갔다 오더니 서울 물 좀 먹었나 보네" 오랜만에 본 친구에게 낯선 말을 들었다. 서울 물은 많이 마셨다. 아니 사실 서울 물보다 내가 즐겨 찾는 평창 물을 더 마셨다. 사실 도시 환경에 익숙한 편이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자주 이사를 다녔기에 옮기고 적응하는 일은 쉬운 일이다.
낯선 비행
여행에서 가장 좋은 순간은 언제일까? 몇 번 되지 않는 여행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우선 공항이 생각난다. 그리고 집에서 짐을 싸던 전날의 풍경, 새벽의 공기, 낯선 외국어와 같은 공감각적 심상이 피어오른다. 동시에 아무도 날 모른다는 안도감과 편안함, 동시에 낯 섬이 나를 반긴다. 언젠가 출장으로 울산을 가본 적이 있다. 분명 같은 한국이지만 이상하게도 여행이라고 느낄 만큼 오묘한 감정들이 다가왔다.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내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고, 안락한 곳에서 지내던 내 모습이 아닌 조금 더 투쟁적이고 쾌활한 모습의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도시라고 할만한 것
도시를 도시라고 할 수 있는 건 비단 도로가 깔리고 높은 빌딩이 들어서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24시간 제공되는 온갖 종류의 서비스, 신생 기업들의 테스트 배드 매장, 문화 교류를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들이 있다. 그리고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투쟁하며 쌓아 올린 곳이 도시가 된다. 특히 가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 가늠하기 위한 좋은 방법인 금액으로 보아도 도시는 특별하다. 어떤 도시는 모두가 살고 싶어 하고, 기꺼이 모든 비용을 감내하고서라도 원하는 도시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좋은 도시는 아닐 것이다.
좋은 도시 vs 나쁜 도시
저마다 체형과 사이즈가 다르듯이 도시를 선택하는 기준에도 사람마다 느끼는 내면의 척도가 다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도시에 살기를 원하지만 어떤 도시에 살지는 별로 고민해보지 않았다. 그저 직장과 가깝거나 개발 호재가 있는 곳, 학교와 가까운 곳, 영화관이나 문화 시설이 가깝고, 근처에 강이나 산이 있는 곳을 원했다. 하지만 그렇게 규격화되고 화폐가된 거주지가 나에게 적합한지 알아보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꼭 적합한 조건이 아니더라도, 동네의 공기와 햇빛의 방향이 맘에 들 수도 있고 다소 어둡게 그늘진 창가가 더 맘에 들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집은 밖에서 보는 모습보다 내가 밖을 바라볼 때 아름다운 것이 완벽한 풍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야 말로 나에게 좋은 도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