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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윤성 Jun 04. 2022

당신이 마시는 커피는 여유가 아니다

그래 그렇게 온전히 나를 느끼며

커피 한 잔의 여유

깊게도 들어버린 낮잠. 그리고 커피와 여유. 커피는 대개 여유라는 키워드와 어울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다르다. 이 음료는 주어진 일과와 활동을 견뎌내기 위하여 처방하는 약에 가깝다. 이 약을 먹으면 심장이 빨리 뛰고 당장 나무 한 그루를 베어버릴 만한 기력이 생긴다. 아니 생기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카페를 찾아가서 홀랑 먹어보기도 하고, 직접 원두를 갈아 핸드 드립으로 내려 마시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니 임의로 정했던 '하루 2잔'을 벗어나는 경우가 왕왕 잦다. 많이 마시면 안 자면 그만이다. 하지만 적게 마신 날은 꽤 골치가 아프다.


어쩌면 우리는 커피로 우리 정신을 속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커피를 마시지 않은 어떤 날의 두통을 상기시켜 보면 몸이 축 처지고, 마치 방전된 핸드폰처럼 몸이 버벅거린다. 생각 또한 생기가 낮아져서 가만히 누워만 있고 싶은 심정에 빠진다. 아니 커피가 뭐라고?


나 빼고 다들 열심히도 살아간다

어른이라고 할 수도, 그렇다고 아이라고 할 수도 없는 내 모습. 어느 순간 나라는 존재가 낯설다. 살아가다 보면 내 생각과 다른 일들이 줄곧 펼쳐진다. 인생은 뭐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초콜릿 상자와 같다지만 나는 이왕이면 맛있는 초콜릿을 골라먹고 싶은 입장이다.


그럼에도 다들 그렇게도 열심히들 살아간다. 어쩌면 물리 시간에 배웠던 상대 속도의 개념처럼, 내가 뛰어가면 반대편에서 뛰어가는 사람의 모습은 두 배로 빠르게 느껴지는 것이 물상의 이치. 그래서 그렇게 더욱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다들 어디로 가는 걸까? 그리고 우리는 무얼 향해 가고 있나. '인류'가 영어 단어로 'humanrace' 하던데, 레이싱 경기처럼 분주하고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는 게 아닌지 생각이 든다. 그저 자신의 보폭과 체력으로 한 걸음씩 내디뎌보면 어떨까?


분위기 맛집

요즘 눈에 띄는 표현으로는 '~맛집'과 같은 형용하기 어려운 무엇인가를 맛과 집에 빗대어 표현하는 명사가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내가 어제 애인과 놀러 간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갔다면 그곳은 '분위기 맛집'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머리를 잘 잘라주면 '머리 맛집', 주차장이 널찍하니 괜찮으면 '주차장 맛집'. 번외로 진짜 맛있는 삼겹살 맛집은 놀랍게도 '맛집 맛집'이 아니라 '삼겹살 맛집'이다. 왜 사람들은 그렇게도 맛에 열광할까. 나도 내 생각대로 지어낸 글들을 펼치다 보면 맛집이 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맛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공감각적 심상이다. 집은 장소를 나타내며 어딘가에 실존하는 어느 곳을 함축적으로 표시하는 단어가 되어서, 합쳐보면 누구나 느낄만한 체험을 제공하는 실존하는 어느 공간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동네에 오마카세로 유명한 초밥 맛집이 있다던데 오늘 퇴근하면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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