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

코비, 월급받다.

by 코비

침투 삼일째.


요즘은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공부하고 있어.

스마트폰은 인간들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자 정보저장수단.

자연히 침투대상에 대한 정보가 많이 들어있게 마련이야.

그래서 인류침투교재에서도 침투에 성공한 직후에는 침투대상의 스마트폰을 해킹하여 최대한 많은 정보를 습득하라고 교육하고 있지.


하지만 이 인간, 핸드폰에 저장된 정보가 별로 없다.

갤러리를 뒤지고 있지만 인터넷에서 저장한 것으로 보이는 실없는 짤들만 한가득.

도대체 이런 짤들을 저장해서 다 어디에 쓰려고 했을까. 이 몸의 원래 주인은?


그 때였다. 핸드폰이 우웅대며 울린 것은.

"OO부 급여 입금. @@@만원."

급여라고 하면, 인간들의 생활수단인 월급 아닌가.

인간들은 일을 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월급을 받아 생활한다고.

이 월급으로 받는 "돈"은 인간들의 생명줄과도 같다지.

나는 인터넷에 한국인의 평균임금, 상위 10% 월급, 상위 20% 월급 따위를 검색해봤어.

지배계층이라는 안보국의 첩보와는 달리, 월급은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인 것 같다. 왜지.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아닛??? 내 피같은 돈을????


뚜르르르~


"여보세요? 여기는 코비. 침투 삼일차다.

침투한 인간의 계좌가 해킹을 당했다."


"여기는 안보팀. 계좌가 해킹을 당했다니 무슨 말인가?"


"침투한 인간의 계좌에서 돈을 빼간 해커가 있다. 사실관계를 파악해 달라.

해커는 총 다섯 명이다. 현대카드, 국민카드, 국민은행, 하나은행, 한국장학재단."


"...."


"안보팀...?"


텔레파시 너머로 입술을 짓이기는 듯한 직감이 든다.


"그건... 해킹이 아니라... 금융이다..."


"금융?"


"그래. 금융. 어떤 인간들은 돈이 없는데도 돈을 쓰기도 한다. 남의 돈을 빌려서 쓰는 거지. 돈을 먼저 쓰고 나중에 갚는거다. 그 인간도 돈을 먼저 쓰고 나중에 갚는 유형의 인간인 것 같다. 침투교재 2장 4절 32문단 확인해라. 참고로 돈을 안 갚으면 신용불량자라는 게 되어서 괜한 이목을 끌게 되니 빚은 열심히 갚는게 현명할 거다. 그럼 이만"


돈이 없는데 돈을 쓴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면 "원하는 것을 사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빚을 갚기 위해" 일을 하게 되지 않는가? 우리 행성이 속한 정신계에서는 "목적", 그리고 그 목적이 상기시키는 "감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오는 목적을 많이 가질 수록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반대인 것 같다. "원하는 것을 사기 위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이렇게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오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스스로에게 빚을 지운 다음 일 자체를 "빚을 갚기 위한" 아주 고통스러운 것으로 변질시킨다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그렇게 하는 이유가 뭐지? 고행인가?


인간의 지갑에서는 여러 개의 플라스틱 쪼가리가 쏟아졌다. 여기 마그네틱 선이 내장된 게 신용카드라는 건가. 그런거면 난 신용카드 같은 것은 필요없다. 나는 지구에서 즐거운 휴가를 보내면서, 재미있는 경험을 하기 위해 지구에 온 거니까. 돈을 쓰는 것은 물론이고, 돈을 버는 것까지 즐길 것이다. 가급적이면 돈을 쓰기 위해 돈을 모으면서, 즐거운 소비를 기대하며 기다리는 시간까지도 즐길 거니까.


나는 마그네틱 선에 손가락을 얹고 강력한 자기장을 방출했다.


신용카드여, 안녕.



Mission 3. 빚을 갚자!

1. 카드사용을 자제하자.

- 신용카드 대신, 가급적 체크카드나 현금을 사용하자.


2. 돈이 들어오면 빚을 먼저 갚는다.

- 남는 돈으로 빚을 갚는게 아니라, 빚을 먼저 갚고 남는 돈으로 소비한다.


3. 소비를 줄인다.

- 필요해서 사는 것인지, 원해서 사는 것인지 자문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D+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