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 인수인계 받다.
침투 4일째.
코로나 걸린 건 6일 전이니, 내일부터는 인간처럼 회사를 가야해.
여기 오기전 안보국은 '인간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하라고 신신당부하더군.
정체를 들키기 싫으면, 가급적이면 이 몸의 주인처럼 보이게 노력하라고.
하... 그런데 어쩌지.
이제 회사에 가서 일을 해야 되는데,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다.
원래 몸의 주인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스마트폰을 해킹하고 모든 기록, 데이터베이스, 이메일을 뒤졌지만.
고작 알게된 것이 있다면 원래 몸의 주인은 인간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것 정도랄까.
퇴근하면 혼자 술을 마시며 유튜브, 넷플릭스를 보고, 시시껄렁한 인터넷 글을 보면서 시간을 때웠다는 것.
어쩔 수 없지. 사실 이런 일은 가급적 피하려고 했지만, 본인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우리는 몸의 통제권을 탈취한 다음에는, 원래 몸의 주인은 의식의 심층부에 가둬두거든.
시간과 정신의 방이라고 부르는데, 한쪽 면이 시신경과 연결된 스크린으로 되어있는 하얀 방이야.
의식의 심층부에서 대면한 인간이 격렬히 저항하면 도로 통제권을 뺏길 수 있어 위험할텐데.
워낙 정보가 없으니 이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할지도.
나는 가부좌를 틀고 정신을 집중했어.
의식의 심층부로 들어가니 하얀 방이 보이더군.
잔뜩 긴장하며 방으로 들어가자, 원래 몸의 주인이 엉거주춤하게 일어서더군.
"회사에 가게 정보를 내놔라. 인간아."
"아... 인수인계 받으러 오셨어요?"
"인수인계?"
"회사가서 일하시려고, 제가 예전에 무슨 일 했는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오신거죠?"
"뭐 그렇지."
"음. 먼저 출근할 때는 옷장에 재킷이 세 벌, 윗옷이 다섯 벌, 바지가 세 벌이 있거든요. 그거 돌아가면서 입고요. 청사 들어갈 때 필요하니까 공무원증 챙기시고요. 가기 전에 과장님, 국장님, 과원분들 얼굴 확인하시고."
"업무내용은 오늘 원격근무로 업무포탈 접속해서 클라우드에서 다 읽어보고 가세요. 모르면 남들 하는거 보고 따라하시고요. 그리고 전 변호사니까 사람들이 행정기본법, 행정절차법, 행정소송법 같은 행정법은 물어볼 수 있어요. 행정법은 꼭 빨리 공부하시고요. 책도 보고, 판례도 보고. 다른 법들은 천천히 공부하고요."
한참 강의가 이어진다. '일'을 하기 위해 이렇게 공부할 게 많다니...
"그 쯤하면 될 것 같네요. 힘내세요. 모르는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시고요."
흠 이상하다. 보통 격렬히 저항한다고 들었는데.
"근데, 화나지는 않아? 넌 몸을 빼앗겼잖아."
짧은 정적.
"어... 음... 사실 저는 그냥 여기서 구경하는 것도 좋아요. 좀 피곤하고, 지쳤거든요."
인간은 머뭇거리는 것 같다.
"근데요.. 종종 와서 저랑 놀아주시면 안될까요. 저도 친구 사귀고 싶거든요.
대신 제가 정보 많이 드릴게요."
한심하고 멍청한 인간 같으니. 뭐 정보 얻었으면 됐나?
옮을 것 같으니까, 빨리 나가야 겠어.
"잘 있어라. 인간."
난 손을 흔드는 인간을 뒤로 하고, 방으로 나왔어.
업무포탈? 클라우드? 그것부터 봐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