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걸음] 나에게 한결같았던 모든 것들

뚜벅이 영업사원의 비밀 일기, 아홉 번째 이야기

시골 할머니 댁에 가는 길엔 오래된 우물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할머니 댁에 가면 할머니께서는 그 우물에서 물한바가지 길러다 장독 위에 올려두고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아버지, 고모님 뿐만 아니라 사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가며 안녕을 비셨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열심히 농사지어 자식들이 고향에 오면 챙겨줄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하며 그들을 기다렸습니다.



할머니께서 매일같이 찾아가던 그 우물에는,

꽃이 피는 봄엔 우물 앞엔 청개구리가 있었고,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던 여름에 동네 어르신들이 수박 한 덩어리를 넣어 두셨고,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던 가을엔 빨간 낙엽 한 잎이 우물에 떨어져 있었고,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리던 겨울날엔 그 우물만은 얼지 않고 졸졸 물이 흘렀습니다.


사시사철 그 우물을 찾는 이도 달랐고, 모습도 달랐지만 항상 맑은 물이 가득했습니다. 언젠가 보았던 신문에서 우물물은 연중 18도를 유지한다고 했습니다. 그랬기에 그렇게 덥던 여름에는 차가웠고, 세상이 온통 하얗게 뒤덮인 날에도 그 우물물은 따뜻했나 봅니다.


사람 마음은 참 이상합니다. 우물물은 연중 똑같았는데, 우리는 그 물이 차갑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했습니다. 우물물뿐만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많은 것들은 그대로 한결같았던 것 같습니다.


아침마다 출근길에 차조심하라며 전화해주시던 엄마,

다음 주엔 꼭 만나자던 친구들,

혹시나 회사일은 힘들어하지 않고 있나 걱정해주던 선배들.


다들 한결같이 그대로 있어주었는데, 바쁘다며 귀찮다며 놓치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문득 내가 필요할 적마다 그들을 찾았을 때, 그들이 곁에 있어주지 않았을 때면 그들이 변했다고 착각해버리고 말입니다.


사람뿐만 아닙니다.


할머니 집 앞에 있던 아주 높던 담벼락도 그대로였을 텐데 이제는 제 어깨밖에 오지 않고, 할머니 집 앞에 흐르던 냇가도 깊고 넓어 건너지 못할 것 같았는데, 이젠 바지만 조금 걷어올리면 쉽게 건너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 곁에 있었던 모든 것들은 그대로였는데,

바뀐 거라곤 그저 상황뿐인데,

상황에 따라 마음에 따라 같은 것도 다르게 느끼는 것이 아닐까요?


할머니집 앞에 있는 냇가, 한결같이 조용히 흐리고 있다.


영업을 하다 보면 한결같이 똑같은 마음으로 많은 고객님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객님들께는 저의 한결같은 마음이 다르게 느껴지나 봅니다. 누군가는 고맙다고 이야기해주지만, 누군가에겐 섭섭할 때도 있었나 봅니다.


영업을 하겠다고 첫 발을 내딛었을 때, 나를 만나는 모든 분들께 '좋은 제품을 소개해드리고, 편하게 사용하실 수 있게 하겠다'라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 마음을 변치않고 한결같이 갖고 가고 싶었기에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마음이 변치 않는다면 섭섭한 마음을 갖고 있었던 분들도 언젠간 상황이 변화한다면 제 마음을 알아주시겠죠?


가족의 건강을 위해 매일 샘물을 뜨셨던 할머니 마음처럼,

항상 다치지 않길 바래는 엄마의 마음처럼,

조용히 오랜 세월 할머니 집 앞을 흘렀던 냇물처럼,


한결같이 걷겠습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필라버스터가 한참 진행되고 있습니다.


논어에 ‘공호이단, 사해 야기’(攻乎異端, 詐害也己)
'다른 입장이라고 해서 공격하는 것은 나에게 해로울 뿐이다’


서로가 추구하는 이념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면 충돌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사회가 감당할 없을 정도라면 곤란합니다. 이번 필라버스터처럼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해서 경쟁하고 상생하는 문화가 대한민국 전반에서 자리 잡기를 기대합니다. 우리의 역할은 단순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번 시도가 성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관심을 갖는 국민들의 마음을 알아채고, 정치인들 마음속에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이 한결같이 있었으면 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한 걸음] 내가 영업사원이 되려고 했던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