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제점 부모, 80점 부모, 200점 부모

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_세상은 내가 하는 말만큼의 깊이로 이루어져 있다

by 책좋아

학창 시절, 특히 저학년 때

이성 친구를 사귈 때(?)

자녀는 천진난만하게 부모에게 이 사실을 말하곤 합니다.

혹 말하지 않더라도, 친구에게 받았다면 쪽지나 편지를 부모에게 내보일 수도 있습니다.

"너, 누구누구와 사귀는구나."

"네. 엄마(혹은 아빠). 비밀로 해주세요."


늦은 저녁 시간. 부부는 자녀의 이성 친구와의 만남을 놓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야. 우리 아들(딸) 많이 컸네.^^"

이렇게 반응을 보이는 부모도 있고,

"아이고. 공부해야 할 때인데, 남자 친구(여자 친구)를 사귀면 어떻게 해. 요즘 애들은 성에 대해서도 빠르다던데."

라며 걱정부터 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낙제점 부모는 아이에게 무관심한 사람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아이의 감정에 무관심하여, 자녀가 누구와 사귀는 것을 동네방네, 모든 친척에게 알려 아이를 부끄럽게 만드는 부모입니다.

"너, 누구랑 사귄다며? 얼레리 꼴레리."

이런 아이는 속으로 다짐합니다.

'다시는 부모에게 누구 만난다고 말하나 봐라. 흥'


80점 부모는 헬리콥터 맘(또는 대디)으로,

누구에게 말을 전달하진 않지만,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에 참견하는 사람입니다.

오늘은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났는지,

무엇을 하고 놀았고, 어른들이 있는 공간에서 있었는지, 둘 만 있었는지 등 자녀의 생활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합니다.

부모는 선한 의도로 코칭 또는 가이드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자녀는 숨이 옥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0점 부모는 이렇습니다.

이 책의 page 240의 내용을 가져와 봅니다.

"침묵이 더 나은 경우가 있다. '~하지 마라'라고 자녀에게 말하지 않고 침묵해 보자.

침묵 안에는 '나는 너를 믿어. 네가 알아서 해. 지켜볼게'의 뜻이 담겼다.

말 없는 말을 하는 것이고, 눈빛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무관심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 마음을 보면 헬리콥터 맘(또는 대디)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걱정하며 노심초사하죠.

하지만 적절한 울타리 안에서, 자녀에게 자율권을 주고 관찰하는 것.

자녀가 실패에 마주해도 바로 뛰어가 손 잡아 일으키는 것이 아닌,

스스로 털고 일어날 수 있게 관찰하는 것.

믿어주고 지지하는 응원의 메시지로 자녀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 그런 부모이고 싶습니다.


학창 시절.

그런 어머니가 너무 좋았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내가 잘못했을 때, 바로 꾸중하며 지적하지 않으시고

'그때는 그럴 수 있어. 그런데 다음번에는 잘해보자.'라는 눈빛으로 아들의 기를 세워주신 어머니.

아들이 혼자 힘들어하면, 조용히 다가와 먹을 것을 챙겨주시며 온화한 미소로 응원해 주신 어머니.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어머니께서도 나와 같이 젊은 시절을 보내셨기에,

내가 지금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 잘 아시지만,

나를 믿고 기다려 주시는구나.


어머니의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구나를 깨닫고 나니,

행동을 조심하게 되고, 내게 신뢰를 보내주신 어머니께 실망을 드려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끝으로 이 책의 '혐오시대 갈등 해소법' 중 page 252의 내용을 옮깁니다.

'세상은 선택을 강요한다. 우리는 보수와 진보, 이상과 현실,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갈등하고 방황한다. 그럴수록 균형 잡힌 말이 필요하고, 그 값어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 시대의 갖춰야 할 역량은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다.'

내가 보수한다고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진보도 마찬가지인데 그것에 목 매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나는 보수의 이런 이런 면을 지지해. 진보의 이런 이런 면을 응원해로

자신의 견해만 말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관계를 깨고 싶다면 정치 이야기를 하며 상대방을 비판해라.

이상과 현실을 논할 때, 이상에 대한 자기 견해만 말하면 된다.

괜히 현실이 어쩌고 저쩌고 할 필요는 없다. (가급적 이런 논쟁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지만 말이다.)

우리는 다 지성인 아닌가.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능력으로 험한 세상을 살아 나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