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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우 Jun 24. 2022

박찬우 면접 썰

나를 돌아봐 2

생각보다 <박찬우 100문 100답>에 대한 주변 반응이 좋아서 써보는 '나를 돌아봐' 두 번째 이야기.


사실 그다지 영양가도 없을 거 같아 나서서 풀어내진 않던 주제인데 지인들에게 간간이 들려주니 의외로 흥미로워하는 부분들이 있어 풀어보는 면접 썰입니다. 취업준비생 시절 여러 기업의 면접관들에게 실제로 받았던 기억에 남는 면접 질문을 바탕으로 서술하는 약간은 포장된 '나'입니다. 미디어 관련 직무가 다수입니다.


당시에 전달했던 답변과 최대한 유사하게 기억과 복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해 작성합니다.

참고로 여러분이 맞닥트릴 면접에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될 테니 팁을 얻으러 온 것이라면 돌아가세요.




(방송국 S사 3:3 1차 대면 면접) - 최종면접 불참 탈락


Q: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오게 만들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가?


A: 뻔한 답변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매체가 너무나 많아졌고 이제 사람들은 TV를 봐야 할 이유가 딱히 없습니다. TV 예능 또한 스마트폰으로 잘라 보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오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시청자가 TV 앞으로 오고 싶을 만한 콘텐츠를 우선 만들고 이를 TV, 단 하나의 채널에서만 공개하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TV 앞이 아닌 TV 근처로 오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편안함’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대부분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하지만 이 말은 반대로 ‘TV를 틀어놓을 수 있는 환경’은 이미 마련되어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TV 보급률은 95%에 육박합니다. 또, 요즘 사람들은 TV를 하나의 ‘일상 소음’으로 활용합니다. 누군가는 외로워서, 적적해서, 심심해서 TV를 틀어놓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봅니다. 일상 소음으로써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면 다소 집중도는 떨어지더라도 오랜 시간 채널 고정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Q: 블라인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기획안으로 가지고 온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가?


A: 근래 한국 사회는 번아웃이 만연합니다. 연애도 그렇습니다. 애정에 지친 사람들은 하나둘 사랑을 포기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어느덧 비연애와 비혼도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연애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자의를 가지기 힘든 환경에서 자라난 세대들은 선택에도 많은 고민을 담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연애도 수동적으로 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사랑의 숭고함을 호소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이 기획안을 제출했습니다. 일반적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달리 파트너를 배정받는 수동적 시스템을 통해 ‘선택의 중요성’과 ‘비선택의 의외성’을 시사하고자 했습니다.


Q: 그렇다면 왜 굳이 '연애'여야 하는지? 현재 우리 방송사에서 비슷한 뉘앙스의 포맷으로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알고 있는가?


A: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이 왜 아직도 많은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겠습니까? 노래를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음악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사랑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영화 <스물>에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주인공 무리가 자주 가는 중국집 사장님의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에 아는 형이 우리 가게에 와서 여자애 때문에 힘들다고 펑펑 울고 갔어. 그 형이 몇 살인 줄 알아? 마흔넷." 맞습니다. 사랑에 남녀노소는 없습니다. 그래서 연애여야 했습니다.


Q. 그렇다면 본인이 기획한 기획안은 몇 시에 편성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A: 현재 서울을 기준으로 오후 5시에 편성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5시 30분 정도면 밖이 깜깜해지니까요.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에 사람들은 조금 더 사적인 감정의 문을 열지 않나 싶습니다. 보통 사랑은 그 연약해진 틈을 파고 들어온다고 생각합니다.


Q. 사전과제 영상을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상당히 투박하게 촬영했는데 혹시 어떤 이유가 있는지? 바로 옆 지원자 같은 경우 본인의 아버지와 함께 상황극을 하는 형식의 재밌는 영상을 촬영했다.


A: 명시된 게시 조건에 부합하게 제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간단한 컷 편집을 제외하면 어떤 영상 효과나 자막도 활용이 불가능하다고 기재되어 있어 담백하게 사람을 보겠다는 뜻으로 그 의도를 판단했습니다.


Q. 올해 콘텐츠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단연코 '극복'입니다. 생각보다 코로나 시국이 더욱 길어지고 있으며 이제는 사람들의 속에 무언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는 타이밍입니다. 유튜브 발 <가짜 사나이>가 신드롬을 일으킨 이유도 유사한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대내외로 폭발하는 힘을 가진 콘텐츠가 트렌드입니다. 아마도 격투와 관련된 유사작들이 우후죽순 생겨날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방송국 C사 3:1 2차 대면 면접) - 3차 면접 탈락


Q: 자기소개서 3번 문항에 대한 답변으로 '현대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한 지원자는 처음 본다. 보통 지나치게 사회적이거나 개인적인 이유를 흥미로 다루는 경우가 많은 데 왜 하필 현대미술이었나?  - (자기소개서 질문: 방송을 제외하고 최근 본인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거나 흥미로웠던 이슈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작성해주세요. 사회적/개인적 이슈 모두 무방.)


A: 사람들의 인식이 만든 집단적 오해였기 때문에 흥미로웠습니다. 이 답변의 핵심은 '사실은 아주 좋아하지만 싫어한다고 여기게 만드는 장벽'에 있습니다. 특히나 인테리어 같이 대놓고 드러나는 조형적 요소에서의 '미니멀리즘'은 열광적으로 좋아하면서 점 하나 찍는 현대미술은 대중성이 전무하다고 지레 짐작해버리는 대중의 아이러니가 재밌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웃음도 이러한 반전과 은밀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랑비에 옷이 젖곤 하지 않습니까.


Q: 본인이 생각했을 때 PD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A: ‘이 사람이 적격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좀 오만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자질을 두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호 소통형의 미디어가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방송 PD는 일정 부분 일방향적인 소통 구조를 가진 미디어를 통해 콘텐츠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전하려는 뜻이 왜곡되지 않게 잘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누군가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는 것 또한 PD로서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이야기하고 많이 웃고 해야겠다고 자신을 다잡는 사람이 PD에 적합할 것 같습니다. 실무적인 측면도 분명 중요하지만 스킬은 하다 보면 는다고 생각합니다. PD를 진정으로 바라고 꿈꾸는 사람인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좋다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Q: 본인은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인가?


A: 지금 당장 떠오르는 행복은 버스 맨 오른쪽 앞자리가 비어있을 때입니다. 서울 버스와 다르게 제가 사는 부산의 버스는 맨 오른쪽 앞자리의 좌석이 가장 넓습니다. 제가 덩치가 좀 큰 편이라 그 자리가 가장 편하기도 하고 승차하는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어서 다른 자리가 있어도 일부러 그 자리에 앉는 편입니다. 그 자리가 비어있지 않을 때는 그 자리가 빌 때까지 호시탐탐 기회를 엿봅니다.


Q. 우리 회사 채널에서 제작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력이 있는데 본인이 그 시즌의 스타가 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실력은 AOMG가 맞는데 외모가 샌님 같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음악도 시각화된 경험이 중요해진 시대고 비주얼라이징은 엔터테인먼트에 당연한 요소니까요. 아쉽지만 불만은 없습니다. 하하.


Q. 3분 PT에서 술병을 앞에 두고 면접 8시간 후의 상황을 가정한 콩트 열연을 펼쳤는데 아주 감동적이었다. 혹시 이 PT는 인터넷에 떠도는 이전의 면접 질문들을 참고한 극적인 발상인가? 아니면 어떠한 내러티브를 담으려고 의도한 것인가?


A: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전에 준비한 3분 PT는 철저히 재미없고 객관적인 사실만 병렬적으로 나열한 대본 위주의 형식이었습니다. 입에 붙이려 끊임없이 외우는데 '이게 도대체 나를 소개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지? 난 이런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 어젯밤에 급하게 수정했습니다. 많은 부분이 애드리브이기도 했고요. 수정한 PT가 좀 더 저답다고 생각하며 PD라면 3분 안에 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 식의 해석을 더했습니다. 방금 분명 감동적이었다고 하셨습니다. 3분 만에 제 흡인력을 인정해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OTT 플랫폼 W사 5:1 1차 대면 면접) - 최종면접 불참 탈락


Q. 우리의 경쟁사는 어디라고 생각하며 그 이유는?


A: 지금 당장의 경쟁사를 물어본다면 당연 ‘넷플릭스’입니다. 하지만 향후 W사가 근본적으로 상대해야 할 경쟁사는 ‘스포티파이’라고 생각합니다. W사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한 단어로 정의하면 ‘취향 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에 더 익숙하지만, 의외로 넷플릭스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뭘 볼지 검색만 하다가 시간이 다 간다는 것’입니다. W사는 여기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매우 높은 정확도의 취향 분석과 추천 작품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W사는 ‘음원 콘텐츠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종합 OTT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 W사는 향후 스포티파이와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포티파이는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계의 W사나 마찬가지입니다.


Q. 포트폴리오 맨 앞에 '감정을 움직인다'는 표현이 있는데 이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A: 저는 다양한 음악, 드라마, 영화를 접하며 울고 웃었습니다. 그중 많은 작품들이 제가 모르는 상황을 설득력 있게 가정해 익숙한 감정을 유도해냈습니다. 저는 킬러가 아니지만 킬러의 이야기에 감정이입을 하며 긴장감을 느꼈고, 동시에 2명의 이성을 만나보지 못했으나 그 외도에 감정이입을 하며 아슬아슬함을 느꼈습니다. 이처럼 좋은 콘텐츠는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이게 한다고 생각해 쓴 표현입니다.


Q.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애인이 있는지? 있다면 애인은 본인의 어떤 점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A: 있습니다. 아주 웃기게도 어제 이와 관련된 대화를 마침 나누었고 그분은 저의 장점을 '쉽게 져주지 않아서 좋다'로 꼽았고 단점은 '그래서 가끔 밉다'라고 했습니다.


Q. 좋아하는 영화평론가가 있는가? 그 이유는?


A: 김혜리 기자의 영화 평론을 좋아합니다. 그녀의 평론에는 평론 이상의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설득력은 물론이고 앞서 말한 감정을 움직이는 글을 쓰는 분인 것 같아 좋아합니다.


Q. 가장 최근에 본 영화가 무엇인지? 또, 그 영화를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A: 아주 뒤늦게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봤습니다. 몇 개의 스틸컷을 먼저 보고 뭔가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아 명작이라는 평가에도 보지 않았는데 어제 여자 친구가 틀어주길래 같이 봤습니다. 주제의식 부분에서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겹쳐 보였고 표현력에서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킬링 디어>가 떠올랐습니다. 흔히 말하는 '복수 3부작' 중 가장 늦게 본 작품인데 두 번째로 좋았습니다. 2000년대 초반 한국 영화에는 대체적으로 비슷비슷한 톤 앤 매너를 가진 영화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올드보이>는 약간 다른 노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찌 보면 <아가씨>의 탄생은 다분히 의도적인 빌드업을 바탕으로 진행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문화 관련 공공기관 S 재단 6:5 최종면접) - 최종 합격, 입사 포기


Q. (영어) 재단이 예술가의 레지던시 사업을 지원하는 데 비용이 꽤나 든다. 이걸 지원하는 게 정당한가?


A. (영어) 당연합니다. 특히 S 재단과 같이 ‘예술의 장소성’이 강력한 차별화로 작용하는 곳일수록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시 사업은 필수적입니다.


Q. (영어) 예술의 장소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더 설명해줄 수 있나?


A. 제가 알기로 S 재단의 경우 다른 재단들과 달리 직접 운영하는 공연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S 문화회관은 법인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S 재단은 오히려 이 점을 잘 살려 가장 노마드적인 재단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공원, 빌딩 어디서나 도시의 거리예술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Q. 최근 청년이 문화정책 및 사업에서 대상화되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향유할 수 있지만 그 근본은 항상 ‘새로움’을 향한 탐구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 새로움이란 결국 언제나 ‘젊은것’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최근의 문화정책과 사업에서 청년들이 대상화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Q.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와 시민예술의 간극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A: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인 법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예술가의 자유도는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민예술의 자유도에 대한 의견은 조금 다릅니다. 여기에는 미성년자들도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유의 기준이 조금은 더 엄격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임 없는 자유는 폭력이 되곤 합니다.


Q. 예산확보를 위해 재단이 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가?   


A. 공적 자원에 한계가 있다면 메세나 사업을 통해 예산확보의 다양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계획 기부’입니다. 문화예술의 발전에 관심이 많은 기부자가 목돈을 예술단체에 기부하면 단체는 기부자의 사망 시까지 그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즉각적인 수입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미래의 재정적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탁월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4차 산업혁명을 문화예술에 어떤 방식을 통해 잘 융합시킬 수 있는지?     


A: 이제는 문화예술도 단순한 아카이빙의 목적만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4차 산업 혁명은 엄청난 기술 발달의 시대라기보다는 디지털 환경을 통해 더욱 소통하는 시대입니다. 이 점에서 디지털 콘텐츠. 특히 인터랙티브의 요소를 잘 활용한 콘텐츠를 지금의 문화예술과 융합한다면 더욱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구체적인 예시가 있나?   

  

인터랙티브는 다양한 스토리 라인을 가진 콘텐츠로 변모할 수 있습니다. 이를 온라인 스트리밍 연극에 활용한다면 관객들에게 투표권을 배부하며 이후의 스토리를 선택하게 하는 형식의 참여형 공연을 만들 수 있고 온라인 음악공연에 활용한다면 세트리스트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습니다.




(스포츠 방송국 S사 4:1 1차 대면 면접) - 코로나 관련 채용 전 과정 취소


Q. 해외리그 경기 2개가 동시간대이다. 한 게임은 유명 해외 투수들의 맞대결, 한 게임은 한국 투수가 불펜 대기하고 나올지는 확실하지 않은 경기이다. 뭘 중계할 것인가?


A: 시청률의 측면에서 한국 선수의 등판이 확실하다면 한국 선수 경기를 중계하는 것이 방송사 입장에는 더 이득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등판이 확실하지 않다면 기회비용을 따져봤을 때 해외 유명 투수들의 맞대결을 포기하는 것은 방송적으로 뼈아프다 생각합니다. 만약 저 두 상황만 놓고 비교한다면 전자를 중계하겠습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보다는 로우 리스크 미디엄 리턴을 선택하겠다는 스탠스입니다.


Q. 본인이 축구 중계 해설자를 기용한다면 누구를 기용할 것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축구 해설자로 장지현 해설위원을 기용할 것입니다. 종목을 막론하고 현재 스포츠 미디어에서는 선수 출신 해설자들을 더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청자의 입장에서 중계를 봐온 제가 해설자를 기용한다면 비선수 출신이라도 전달력이 뛰어난 해설자를 기용하는 게 더 좋지 않나 싶습니다. 걸출한 해설가는 미래를 예측하고 보통 해설가는 결과를 설명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장지현 해설위원은 전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Q. 좋아하는 스포츠 선수는 누구인가? 그 이유는?


A: 강민호 선수, 지금은 삼성 라이온즈 선수지만 오랫동안 롯데 자이언츠의 주전 포수였고 해당 팀의 팬으로서 동시대의 이대호 선수나 손아섭 선수보다 더 팀을 대표하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보여준 강민호 선수의 카리스마는 야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화제가 될 정도로 센세이셔널한 장면이었습니다. 공격형 포수, 팀을 이끄는 리더 이미지와 필요할 때마다 한 방씩 날려주는 홈런 등 자이언츠의 팬이라면 강민호 선수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사직야구장에 가면 아직도 많은 관객들이 강민호 선수의 이름이 마킹된 유니폼을 입고 있습니다. 해외 축구 선수 중에는 바르셀로나의 영원한 캡틴, 카를레스 푸욜 선수를 좋아합니다. 멋진 리더라면 모름지기 그런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마이너한 스포츠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


A: 마이너하기 때문에 콘텐츠도 마이너하게 풀어 오히려 마니아들을 우선적으로 포섭하는 콘텐츠를 만들겠습니다. 가령 '탁구'의 경우 그리 마이너한 스포츠가 아니지만, 미디어에 등장하는 경우는 올림픽을 제외하고선 잘 없지 않습니까? 탁구 마니아들을 먼저 사로잡는 콘텐츠를 만든 뒤 이를 대중 스포츠의 영역으로 가져오기 위해 고민할 것입니다. 가장 최근에 '씨름'은 생각지도 못한 훈훈한 선수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커다란 여성 팬덤을 끌고 온 가장 의외의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마이너한 스포츠에 의외성을 담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Q. 4대 프로 스포츠 리그 중 K리그, V리그, KBL, KBO 중 향후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포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그 이유는?


A: V리그라고 생각합니다. 여타 종목에 비해 팬서비스가 확실하고 비주얼적으로도 훌륭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테니스와 비슷하게 여자 리그/대회가 남자 리그/대회의 인기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수 풀이 두텁다는 점도 한 몫합니다. 서구권에서는 비치발리볼을 포함한 배구가 여자들에게 생활 스포츠로 자리매김해 있고 미국에선 NCAA 여자 배구 리그를 통해서 매년 유망주들이 쏟아져 나오는 형국입니다. 이러한 두터운 선수 풀을 바탕으로 꾸준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때문에 특히 엘리트만 뽑아 놓은 국제대회에서 여자 배구의 인기는 모든 여자 스포츠를 통틀어서도 메이저 종목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수준입니다.


Q. UFC로 만들 수 있는 스포츠 아이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라.

 

A. 단순하게 싸우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그 대결의 전후 관계 스토리가 정말 중요한 일종의 쇼 비즈니스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정찬성 선수와 오르테가 선수의 트러블만 봐도 이런 외적인 요소가 UFC를 더 흥미 있게 만드는 요소가 됩니다. UFC 선수들의 대결과 관련된 트래시 토크 모음집을 소개하는 짧은 볼륨의 콘텐츠를 제작해 방송 중간중간에 삽입하면 좋은 광고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풀 썰이 많은데 너무 졸려서 더 못 쓰겠네요.

반응이 좀 있으면 더 찾아서 써볼게요.


주접 싸는 소리 읽어줘서 고마워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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