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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우 Sep 02. 2020

성매매하는 사람들

성을 사고파는 것이 왜 죄가 될까요?

5년 전, 군 복무 때의 일이다. 나는 부모님의 치마폭을 벗어나 처음으로 타 지역에서 생활했다. 내가 복무했던 곳은 부대 특성상 소위 말하는 '못 배운 놈'들이 많았다. 배움의 고하를 두고 사람을 판별해서는 안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러한 차별을 당연시해온 사회에 익숙해져 있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사상의 문제였다. 그들은 어딘가 이상한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언젠가 신문기사나 뉴스로만 접했던 '저런 사람이 실제로 있나?'의 '저런 사람'들과 가까웠다. 특히나 '성'에 있어 그랬다. 그들은 여성을 과하게 성적 대상화했고 더 심각하게는 그저 성욕 분출의 대상으로 밖에 보지 않았다. 물론 남성들의 적자생존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은 사회 표본인 군대 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강인해 보이기 위해 그런 허세를 부렸다고 믿고 싶다. 기껏해야 이십 대 초반의 군인 몇십 명이서 21개월간 무슨 대단한 이야기를 나누겠는가. 하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바로 성매매 유무에 관한 문제였다.


내가 그곳에서 수집한 바로 의하면 적어도 그 집단 내에서 만큼은 성매매를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의 비율이 거의 동등했다. 굳이 따지자면 한 사람의 비율이 약간 더 높았다. 우리네 아버지 시대에서나 횡행했던, 누구나 인정하지만 대외적으로는 터부시 됐던 성매매가 지금 시대에도 여전했던 것이다.


성매매가 내게 처음으로 직접적인 손을 내민 것은 일병 정기 휴가 때였다. 당시 김포에서 군 복무를 하던 나는 고향으로 가기 위해 선임들과 함께 서울역으로 향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내게 대놓고 성매매를 권유했다. 1+1은 가격이 더 싸다나 뭐라나. 살면서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전문용어들이 난무했다. 방석집, 빡촌, 오피 등등의 이름으로 성매매에도 나름의 등급이 있었고 가격을 가르는 가장 큰 요소는 외모, 몸매, 장소, 초이스, 투 샷의 유무 등이 있었다. 당시 나는 '투 샷'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해 선임에게 질문했다가 '사정을 두 번 하는 것'을 뜻한다는 말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보다 더한 것은 성매매를 당연시하는 그들의 태도였다.




남성들의 실질적인 성매매 비율은 어떻게 될까. 여성가족부가 2016년 실시한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성 1050명 중 50.7%(532명)가 "평생 동안 한 번 이상의 성매매 구매 경험이 있다"라고 답변했다. 내가 군 복무 동안 수집했던 비율과 얼추 비슷하다. 표본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성급히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다른 여러 조사기관에서 산출한 비율도 제각기 다르지만 나는 이 비율이 실제와 크게 차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어느 정도 장담한다. 당장 내 주변만 해도 정말 많은 남성들이 성매매를 해봤다는 말을 은연중에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2명 중 1명 꼴로 말이다. 나도 믿고 싶지 않다.


경향신문


물론 성매매가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한국에서는 성매매를 하지 않은 사람들의 비율이 더 높다고 믿는 것이 사회과학적으로 타당하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조명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애써 모른 척하며 '내 주변 이야기는 아니겠지' 하면서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곳은 여전히 성매매가 만연하다는 것을.


대체로 남성의 구매 횟수가 압도적으로 높은 이 성매매 업소들은 주로 어떤 이유 때문에 소비되는 것일까. 나는 그 이유가 철저하게 '성적 호기심'과 '성욕 분출'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의 근본적인 원인은 '연애 시장의 불균등'에 있다고 밖에 설명하지 못하겠다.


뉴스인사이드


비슷한 집안끼리 정략결혼을 추진하던 과거의 사회에서 바야흐로 자유연애 사회가 되었다. 이제 사랑도 웬만해선 '선택'할 수 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선택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특히 남자들이 그랬다.


사실 이는 비단 한국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역사적으로 유래 깊은 유전의 문제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 남성들만이 다수의 배필을 가질 수 있는 철저한 약육강식의 원리. 일부다처제는 여전히 우리의 혈관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이 '사냥꾼(남성)'과 '매춘부(여성)'인 것은 어쩌면 지극히 필연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에 자본주의가 개입하면서 '성' 또한 돈으로 살 수 있는 유, 무형의 상품이 된 근대 이후에야 성매매는 우리 사회의 암적인 존재로 뾰족하게 솟았다. 그렇게 연애 시장에서 멀어진 현시대의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은 성을 사고팔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자유연애 시장에서 패배자가 된 이들에게는 그저 '노력'을 강조할 수도 있겠다. 매춘을 타당하다 생각하지 말고 너 자신을 가꾸어 좋은 짝을 만나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노력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사람들은 어떨까. 장애인이나 외국인 노동자와 같은 사람들 말이다.


선천적인 장애를 타고나거나 후천적인 이유로 장애가 생긴 사람들에게도 성욕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섹스는 물론 자위마저 허락되지 않아 가장 기본적인 인권 중 하나인 '성욕 해소'를 충족시킬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에게는 '성봉사'라는 완곡어법의 성매매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이 성봉사가 이타심으로 성사되는 경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우리는 국가의 제도가 이들의 성문제를 등한시하는 상황은 구태여 언급하지 않으려 든다. 어찌 보면 이 또한 사회적 약자를 향한 일방적인 탄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상 이들은 자유연애 시장의 패배자에도 속하지 못하는 별개의 집단인 것이다.


언니들의 야한 수다


외국인 노동자 또한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인종차별도 깊은 연관이 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노동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동남아 출신 이주 노동자들을 생각해보자. 언어의 문제도 있겠으나 이들에게는 뿌리 깊은 한국인의 차별이 크게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연애 시장에서 선호되는 백인 남성들에 비해 이들은 연애 대상 군으로도 포함되지 않는다. 성욕 해소의 통로는 꽉 막혀있고 범죄율을 높인다는 부정적 사회인식과 더불어 실제로 관련 성범죄율이 높다는 통계적 이유로 이들의 성욕은 '배부른 소리'가 되었다. 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이들 또한 우리 사회의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인종, 선호되지 않는 인종이라는 이유로 성욕 해소의 사각지대에 놓인 집단이 된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유희 거리'와 '돈벌이 수단'이 된 성매매 풍토다. 이는 각각 성구매자와 성판매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문제점이다. 나는 앞서 성매매의 근본적인 이유가 '자유연애의 실패'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유연애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유희의 목적으로 성을 사는 사람들 또한 크게 늘었다.


이들에게는 '왜곡된 성관념'이 있다. 사실 나는 이를 '왜곡됐다'라고 말하는 것이 맞는 표현인지도 잘 모르겠다. 본인의 성적 판타지와 페티시를 만족하기 위해 성을 사는 사람들에게 그저 '돈을 주고 성을 구매했기에 그르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딘가 합당치 못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사법체계 안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 자체에만 핀트를 둔다면 그들의 성매매는 분명한 '잘못'이다. 그러나 성을 구매한 그들의 사상 자체에는 어느 누구도 옳고 그름의 선을 그을 수 없다. 쓰리썸과 항문성교에는 법적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저 유희 거리로 섹스를 소비하는 것이 과연 나쁜 행동인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몸을 섞기 위해서만 이성을 꼬셔낸 사람들이 잠재적으로 더 위험한 연인이 될 확률이 높지 않을까? 일순간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성매매 업소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물론 그런 의도는 '당연히' 없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더 건강한 사회 환경을 만드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는 없을까. 대다수의 남성들은 '야동'을 보며 자위하는 행위가 어긋난 성관념을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정 이후의 '현자 타임'이 성범죄를 크게 줄인다고 믿는다. 실제로 성매매 합법화 국가일수록 성범죄율이 낮으며 그중에서도 성매매의 가격이 낮을수록 성범죄 피해율이 낮다는 통상적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국민일보


내가 생각하는 더 큰 문제는 '돈벌이 수단'이다. 이 또한 법적인 문제가 분명하게 있으나 사상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 진짜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이들은 대개 '피해자'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여성단체를 필두로 여러 시민단체가 지지세력으로 붙는다. 번식 경쟁의 탈락자로서, 섹스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성구매자들이 여태껏 무차별적인 공격만을 받아왔다면 이들 성판매자들은 꽤나 무분별한 두둔을 받아왔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들은 사회적/경제적 압력 때문에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받았다. 실제로 현재 여러 나라에서는 성구매자와 브로커는 처벌하되 성판매자는 처벌하지 않는 '노르딕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형평성을 이유로 주로 남성들로 구성된 반대 세력들의 강력한 반발이 있지만 한국 사회 내에서 이 모델의 지지자들은 성매매 여성의 다수가 '구조적 피해자'임을 강조하며 성판매자들이 '어쩔 수 없이 성매매 여성이 되었다'는 논지를 유지한다. 과거에는 인신매매가 주를 이루었다면 현재에는 성매매 알선업자와 포주들이 금전적 문제를 인질 삼아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구조적으로 옭아맸다는 것이다.


머니투데이


둘째, 이들 성판매자를 향한 사회적 낙인과 관련 범죄율의 문제다. '창녀'라는 사회적 낙인을 피하기 위해 이들은 정부의 보호를 포기하고 숨어 지낸다. 성매매 산업 자체가 불법이란 것을 악용하는 몇몇 성구매자들의 악의적 성폭력과 성상품화와 같은 실질적인 피해도 견뎌내야 한다. 물리적인 값을 치렀다는 점만 다를 뿐, 이 또한 결국 강간이나 데이트 폭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꽤 많은 사람들이 대놓고 인정하고 있다. 성구매자들도 잘못되었지만 성판매자들도 그저 '피해자'가 아니란 것을 말이다. 물론 구조적으로, 사회적 낙인과 관련 범죄율 때문에 피해자가 된 성판매자들의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2018년, 인천시가 성매매 피해자들에게 1인당 2000여 만원의 자활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기사가 나자 남녀를 불문하고 이에 대한 반대 청원이 빗발쳤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더는 성판매자를 '피해자'로 규정하지 않음을 방증하기도 한다. 오히려 이들은 노동의 값어치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그 돈으로 과거를 세탁해 애꿎은 사람들 속으로 파고든다는 사회 통념마저 생겨났다.


한겨레
에펨코리아


'창녀 연금'이란 도를 넘은 혐오발언을 일삼는 남성 커뮤니티들은 애초에 이들 성판매자를 피해자로 여기지도 않는다. 그들에게 성판매자들은 단순히 돈벌이 수단으로 본인의 성을 스스로 판매한 '자발적 창녀들'이며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하지 않았음을 주장한다. 차라리 성구매와 판매, 모두를 합법화해 국가가 지정한 구역에서만 성매매를 용인하는 '공창제'가 더욱 합리적임을 토로하기도 한다. 각자의 필요에 의해 성을 사고파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서로를 식별할 수 있게 남창과 창녀를 공인된 '직업'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는 얼핏 보기에 딱히 반박할 부분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노르딕 모델과 공창제에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실효성을 따져봐야 할 부분도 너무나 많으며 어느 하나가 더 낫다고 말하기에는 법적, 윤리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혼합되어 있다. '성'이라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이 사회의 기본 골격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 또한 쉽게 간과할 수 없다.


크게 뭉뚱그려 구매자인 남성과 판매자인 여성, 자유연애 실패의 남성들과 돈벌이 수단의 여성들의 대립으로 보이는 이 성매매 문제가 유독 지금에서야 첨예한 이유는 각 성별에 대한 '혐오'가 가장 큰 원인이다. 실제 생활에서는 이를 쉬쉬하기 바쁘지만 이제 우리 사회에는 여성 혐오와 남성 혐오가 가시적으로 두드러진다. 혐오를 혐오로 대항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나는 이것이 '사랑'에 각박해진 사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사람들은 '성'을 기준으로 누군가를 거른다. 특히나 여성의 순결을 강조해왔던 남성들이 그렇다. 전혀 논리적이지 못하나 남성들만의 합의로 은근슬쩍 설득력을 얻은 몇 개의 고정관념은 성녀/창녀 프레임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몇몇 여성들은 구체적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창녀 취급을 받곤 했다. 담배를 피운다고, 술자리를 좋아한다고, 외국 유학을 갔다 왔다고, 몸에 문신이 있다고 그들의 출신이 '더럽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다. 너무나 위험하고 성급한 일반화다. 어느 누구에게도 함부로 누군가를 '거를' 권리는 없다.


에펨코리아


나는 성을 사고파는 것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나의 직업윤리를 가질 수 있다면 성을 매매하는 것 또한 하나의 상품을 매매하는 과정과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성'은 사랑에서 시작하며 내 기준에서 사랑은 성매매로는 절대 만족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5년 전의 서울역에서와 다름없이 성매매를 하지 않는 사람이 될 것이다. 내 개인의 가치관에 따르는 행동이며 언제나 마음으로 합의된 섹스에서 큰 만족감을 느껴왔기 때문에 딱히 구미가 당기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는 성을 사고팔았다는 사람에게도 큰 반발심을 가지진 않을 것이다. 그들은 그들만의 가치관이 있는 것이고 구태여 충고를 건넨다고 해서 들어먹을 사람들이 아니기도 하다. 다만 나는 이와 같이 금전적으로, 구조적으로, 사회문화적으로 어쩔 수 없이 행해지는 행위들이 혐오로 점철되진 않았으면 한다.




다시 5년 전 군 복무 때로 돌아간다. 갓 병장이 된 나는 분대원들과 강화도로 파견 근무를 나갔고 당시 우리 분대를 담당하던 하사관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당시 그의 여자 친구는 불건전한 노래방의 도우미였다. 이를 신기하게 여긴 우리는 언젠가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빤장님, 그 여자 왜 만나는 거예요?"


그는 덤덤하게 답했다. 일상이 덤덤한 사람이었다.


"그냥,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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