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나대기 시작했다

by the그레이스

집콕생활 11개월.

올해 1월까지 일을 하고, 명절을 보내고,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과 집콕을 시작했다.


계속 일을 하고 싶었지만,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남매를 단 둘이 남겨둘 수 없었다.

집에 온종일 있게 하는 게 위험하기도 하고,

밖에 나갔다오면 혹시나 내 옷에 바이러스가 묻어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됐기에

과감히, 1년은 쉬어가기로 했다.

남편 사업도 힘들었지만,

아이들을 안전히 잘 키우자고 그렇게 결정했다.


1월부터 시작된 나의 새로운 일은

세 번의 끼니와 두 번의 간식,

학교를 대신한 공부봐주기와 집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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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재밌었다.

매 끼니 예쁜 접시에 외식하는 듯한 메뉴를 차려주고, 잘 먹는 아이들을 보면 흐뭇했다.

그동안 바빠서 못해줬던 '엄마의 숙제'를 해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딱 두 달 후,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밥하려고 태어났나... 돌아다니지 말라는데, 남들은 왜 돌아다녀서 환자수가 줄지 않나...나만 이러고 있나...

일하는 선배들, 후배들은 코로나 안걸리고 잘 다니는데...나만 괜히 몸사렸나. 별생각이 다 들었다.

미성년자 둘과 24시간 붙어있는 일은 쉽지 않다.

노래도 아이들 노래, TV도 아이들 프로그램, 티격태격 아이들 수준의 싸움....

내 뇌가 다시 어려지고 있는 것 같았다.


끝이 없는 집안일과 육아가 답답해서

아이들 앞에서 울기도 하고, 남편에게 하소연도 했다.

(*난 슬플 때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참지 않는다.

감정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니까...사춘기가 코앞인 아들도 감정을 좀 풀어놨으면 하는 나의 의도)


한 번 울고 나면 며칠은 괜찮고, 또 며칠은 우울했다.

그 때부터 무선이어폰으로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한 쪽 귀로나마 어른들의 대화를 듣고, 어른 음악을 들으니 신기하게도 짜증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 내 심장을 뛰게 한 일.


새로운 시험에 도전하기로 했다.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일들을 하기에 단기 기억력은 괜찮은 편이다.

긴 공부보다는 짧게 성취할 수 있는 목표가 필요했다.


마음을 먹자마자 책을 주문하고, 인강을 찾아 등록했다.

그리고, 오늘 첫 수업을 들었다.

뭔가...뭉클하다.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새로움이라 떨리고, 기분좋고, 기대된다.

11개월간의 어두움을 밀어내버릴 설렘이 찾아온 것 같다.


오랜만에 내 심장이 나대고 있다.

더..더..더 더 나대다오, 내 심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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