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오빠와 같이 오래 노는 날. 야식으로 닭강정을 사 올까 말까를 고민하다 젤라또 하나만 입에 물고 오빠만의 라일락 코스로 야밤의 산책을 시작했다. 콘 아이스크림이 녹아 아이스크림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당황해하는 나를 보며 오빠는 한참을 놀렸고, 결국 자신의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내 아이스크림까지 약탈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오랜만에 먹은 서대문 젤라또는 우리가 아주 가끔, 1년에 한 번 정도 사 먹는 집인데 우리의 시간이 오래되어 가듯 젤라또 집의 맛 클래스도 딱 그만큼 발전하고 있었다. 시누피라고 무려 시나몬 누텔라 피스타치오가 결합된 젤라또는 시나몬 러버인 내 입맛에 딱 맞았고, 최근 일본 여행에서 마차 러버가 된 오빠는 마차가 너무 맛있다 했다.
그렇게 입 안에 달콤함을 한가득 물고, 라일락 코스로 지나가던 길이었다. 라일락 나무줄기가 높아 향기가 얼핏 느껴진다고 하자 오빠는 라일락 가지를 내 코밑으로 내려주었고, 지금껏 맡아보지 못한 세상 향긋한 라일락 향기가 코끝에 닿았다.
젤라또를 다 먹고 닭강정이 다시 아쉬워질 즈음에 우리는 제주도에서 먹었던 닭강정을 떠올렸다. 그 단상이 괜히 생각나는 날이었다. 그 제주에서의 일을 떠올리다 오빠가 혼자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 물고기를 보려던 단상이 연이어 떠올랐다.
그때 기억하는 오빠의 모습은 손에 꼽는 오빠의 이기적인 모습이었다. (평소엔 이기적이지 않아 손에 꼽는.) 그때 오빠 참 이기적이었다고 하자 그땐 자신이 조금 어렸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자신의 지난 잘못을 모른다 혹은 기억나지 않는다가 아닌, 그땐 내가 어렸었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오빠는 좋은 어른으로 차분히 성장 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자가 오뉴월에 한을 품으면 그렇게 오래간다지만, 그 단상은 다신 떠오르지 않을 것 같다. 심지어 다시 그 여행의 모습이 떠오를 땐 무척 좋은 기억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