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준비 코스

by 채율립

매년 가을이 오면 내게 조바심을 느끼게 하는 것들이 있다. 이를 테면 목폴라와 검정 양말의 여분. 유독 추위를 많이 타고 목이 약한 편이라 가을 겨울에는 늘 목폴라가 필수다. 목폴라를 즐겨 입기 전후로 인후염의 발병 빈도가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로. 그만큼 목이 약해 가을에는 항상 인후염으로 고생했었다. 가을에는 단벌로 목폴라를 입다가 겨울에는 니트 안에 레이어드 하는 식인데, 이러다 보니 한 해를 지나고 나면 보풀이 잔뜩 생긴 목폴라만 옷장에 남았다. 양말도 마찬가지다. 칼발인 데다가 가을에 부츠를 즐겨 신기 때문에 친구들을 만나 많이 걷고 돌아다닌 날에는 어김없이 엄지발가락이 양말 위로 빼꼼 고개를 내밀곤 했다. 그러다 보니 가을이 오면 목폴라는 색깔별로 보풀이 없이 건재한지, 검정 양말은 넉넉한지가 가을 준비의 체크리스트가 됐다.

목폴라는 최소 검정, 흰색, 베이지색 총 3벌이 있어야 한다. 사실 내 옷장에는 늘 3벌 이상이 있다. 검정 목폴라는 내 몸보다 날씬해 보이고, 어떤 바지에나 찰떡으로 잘 어울린다. 흰색 목폴라는 어디에든 받쳐 입기 좋고, 특히 니트에 받쳐 입기 좋다. 검정 목폴라를 니트 안에 레이어드 하면 어딘지 사람이 더 어두워 보인 달까. 베이지색은 베이지 러버인 내가 단연 가장 좋아하는 색이다. 양말은 왜 검은색이냐고? 언제부터인지 검정 양말만 주구장창 신게 됐다. 예쁜 양말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검정 양말은 로퍼, 운동화, 부츠 가리지 않고 잘 어울린다. 그렇게 검정 양말이 주는 안정감에 푹 빠지게 된 거다.

추석이 지나고 갑자기 초가을을 건너뛰고 늦가을이 온 것 같은 오늘. 올해 가을에는 여기에 하나 추가된 게 있다. 바로 '팥차'다. 다이어트하는 친구와 붓기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팥차의 효능을 듣게 됐다. 평소에 먹은 것이 먼저 얼굴의 부기로 가는, 또 간다고 믿는 나에게 이보다 유혹적인 영업이 또 있을까. 바로 팥차 링크를 받아 구매 버튼을 눌렀다. 이후로 회사에서 1개씩 잘 우려먹고 있다. 팥차의 효능은 아직이지만, 그래도 조금씩 부기가 빠지고 있다고 믿는다. 아마 내년 가을에는 목폴라, 검정 양말, 팥차 이렇게 세 가지를 다시 구비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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