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정리 꿀팁 대방출
작년부터 시작한 올해의 키워드 뽑기. 올해 키워드를 뽑으라면 그 안에는 당연히 '코로나19'가 있어야 하겠지만, 그 키워드는 2020년을 보냈던 누구에게라도 꼽힐 만한 키워드기 때문에 제외하기로 했다. 2020년 초반에 내가 살았던 올해를 축약할 키워드 중 하나라고 예측했던 건 줌바였다. 올해 처음 시작한 줌바는 그만큼 내게 강렬했고, 속세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주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줌바를 멈추게 됐고, 사람들과의 만남도 줄었다. 자연히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정리에 눈을 뜨게 됐다.
먼저 책꽂이. 켜켜이 먼지 쌓인 책장에는 마치 출근길 지옥철처럼 책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내가 이 많은 책들을 볼까?' 지금까지 안 봤던 책을 무슨 바람이 불어서 하나씩 정독할 일은 없었다. '이 책을 다 어떻게 정리하지, 버리기엔 아깝고 그렇다고 누구를 주기엔 너무 번거롭다. 직접 매장에 가서 파는 건 너무 많아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 고민에 빠져있을 때 친구에게서 꿀팁을 전수받았다. 출판사에서 같이 일했던 친구에게 '알라딘 중고책 팔기'라는 큰 꿀팁을 얻게 된 것이다. 물론 중고서점에 가서 직접 판매하는 건 나도 여러 번 경험해서 알고 있었다. 친구가 알려준 꿀팁은 알라딘 중고책 팔기에서 택배 신청을 하면 택배 기사 아저씨가 직접 수거하러 온다는 것! 오마갓. 게다가 판매하는 책의 총비용이 만원이 넘으면 택배비는 무료라니.
다음날부터 책꽂이의 책을 다 빼보기로 했다. 세상에 만상에 이런 책이 나한테 있는 줄 정말 몰랐다. 이번 정리를 통해 나는 나의 정체성을 반듯하게 인식하게 됐다. 애석하게도 나는 애독가가 아니라, 책 컬렉터였다. 예쁘면 사고, 주제가 맞으면 사는 책 컬렉터였던 것이다. 그렇게 빼서 보니 정리할 책이 보였다. 재밌게 읽었지만 다시 읽지 않을 책을 날카롭게 분리했다. 다시 보지 않을 책인 데다 알라딘에서 매입 의사가 없는 책은 과감하게 버리기로 했다. 그 조건으로 정리해보니 알라딘에 팔 책이 32권, 버릴 책이 20권 정도 됐다.
알라딘 중고샵에 팔 때는 한 박스에 20권만 담을 수 있다. 그래서 2번에 걸쳐 알라딘에 32권의 책을 팔았다. 버리기로 마음먹은 20권의 책은 낑낑거리며 몇 번에 걸쳐 분리수거함에 내다 버렸다. 이렇게 정리하니 책장에 빈 공간이 보였다. 그리고 알라딘에서 매입하지 않는 잡지 한 10권 정도는 당근 마켓에 싸게 올렸다. 은근 당근 마켓 셀러에게 인기가 많아 몇 주 만에 모두 정리할 수 있었다. 이번에 책장을 정리하면서 정리의 힘을 실감했다. 그동안 정리되지 않은 삶을 살았다는 반성과 함께 마음 한편이 홀가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