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20대 (3)

얼죽아 클럽 탈퇴

by 채율립

얼죽아 클럽 가입은 그러니까 27살 겨울부터 시작됐다. 27살에 만난 직장동료에서 지금은 친해진 오 씨와 함께 커피를 마시다 얼죽아 클럽 초대회장인 오씨에게 물든 것이다. 이후로는 봄이 오나 여름이 되나 가을이 오나, 한파가 와도 늘 얼죽아 클럽으로 권위를 지켜왔다.


문제는 내가 추위를 굉장히 많이 탄다는 건데, 이상하게 얼죽아 클럽에 가입한 뒤로는 덜 마른 머리가 얼어붙어도 뜨거운 커피를 못 먹겠는 거였다. 이상하게 따듯한 커피를 먹으며 몸이 노곤해져 왔다. 얼죽아 클럽의 여파였다. 이후로는 덜덜 떨면서도 장갑을 끼면서도 쭉 '얼어 죽어도 아이스'를 고집했다. 패딩을 겹겹이 입으면서도.


그랬던 내가 요즘은 뜨커와 친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평소 추위를 지독하게 많이 타는 건, 그만큼 몸이 차가워서 일 텐데 그동안은 몸의 신호를 무시해왔다. 이제는 나이의 앞자리 수가 바뀌기 일보 직전이니 '나 차가워 죽겠다, 추워 죽겠다'는 몸의 신호를 겸허히 수용하고 귀 기울이기로 했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뜨커 마니아로 거듭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뜨커의 매력을 찾는 중이다. 호호 불면 뜨거운 김이 나는 뜨커, 뜨커를 먹으면 왠지 마음이 차분해진다. 나는 이걸 '뜨커 명상'이라 거창하게 부르기로 했다. 분주한 출근길을 지나 차분해지는 시간.


게다가 뜨커를 마시면 커피 본연의 풍미를 더 느낄 수 있다는 주변의 제보까지. 뜨커는 어쩌면 숨은 매력의 소유자가 아닐까. 아직 나도 모르게 얼음판을 깨며 아이스커피를 먹고 있지만, 이렇게 내 몸의 온기와 차분함을 더하며 벌써 겨울 같지만, 2020년의 더 건강하고 씩씩한 겨울을 기다린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한부 20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