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위기감과 털후리스
29살, 10월의 마지막 주 헬스를 등록했다. '11월이다, 30살이 다가오고 있다.' 이 뻔한 위기감이 나를 인바디 위로, 헬스장의 러닝머신 위로 이끌었다. 요즘은 친구들과 29살, 30살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주변 친구들은 30살을 꽤 반가워하는 눈치인데, 코로나를 겪게 된 29살의 삶이 적잖이 우울해서, 연애사업이 순탄치 않아서, 회사일이 나를 잠식시켜서, 이렇게 각자의 사정으로 힘들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의 30대가 지금보다는 더 멋질 것이라는 위안과 기대감이 공존하는, 그런 연대감이 모이는 나날이다.
30살의 나는 조금 더 성숙하고 지혜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있기도 하지만, 요즘의 나는 마지막 20대를 보내는 그 누군가들처럼, 바쁘게 열정적으로 하루하루를 기억하며 남은 20대를 보내고 싶은가 보다. 20대의 내 모습을 회고하면서 또 반성하면서 더 나은 30대를 살기 위해서. 더 나은 30대의 건강한 몸을 갖기 위해서.
룰을 정하는 걸 좋아하는 나는 헬스장에 가는 법칙을 정했다. 야근하지 않거나 약속이 없는 평일에는 무조건 헬스장에 가기로 했다. 당연히 일요일, 빨간 날에는 쉰다. 헬스장에 가기 전에는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여기서 포인트는 먹는 둥 마는 둥. 대충 서서 과일을 몇 개 집어먹거나 계란 같은 걸 먹는다. 그래야 더 가벼운 저녁을 먹을 수 있다. 절대 앉아서 먹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엉덩이는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 어딘가에 붙는 순간 무거워지지 않는가. 그렇게 대충 저녁을 해결하고, 헬스 전용 에코백으로 임명한 가방에 물통, 수건, 속옷, 갈아입을 옷과 로션을 챙긴다. 마지막으로 무심하게 털 후리스를 툭 걸치면, 헬스장의 아웃핏이 완성된다. 오늘도 헬스장의 아웃핏을 고수하면서 멋진 30대로 나아간다. 고져스 30대 커밍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