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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율립 Nov 08. 2020

코로나시국의 먹방 여행

1년에 한두 번은 꼭 해외여행을 가는 우리 커플에게 올해는 유독 가혹한 해였다. 설날에 끊은 5월발 홍콩 먹방 여행은 당연히 취소됐고, 11월이 된 지금까지 그 어느 곳도 못 떠나고 있다. 아마 올해는 이렇게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될 것 같다.

코로나시국을 견디는 우리 커플의 방법은 랜선 먹방 여행과 국내 먹방 투어를 겸하는 것.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를 본 후 그 나라에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러 가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매주 주말마다 세계 먹방 투어를 떠나고 있다.

초밥부터 시작해서 인도 커리, 현지 느낌의 쌀국수, 태국 음식, 지난주에는 터키 맛집이라는 '이스탄불'에도 다녀왔다. 터키는 더욱 우리 커플에게 특별한 여행지인데,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자 친구는 나를 만나기 전에 미리 신청했던 교환학생을 떠나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 커플의 첫 여행지가 된 터키. 백종원 선생님이 나오는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터키 편을 봤더니, 그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벌써 6년 전인 그때의 여행에서는 우리나라 델몬트 주스에 비할 바 없는 착즙 오렌지주스를 맛보며 달콤한 시간을 보냈다. 그 오렌지주스를 1리라(500원)의 행복이라 불렀었다. 500원에 한 잔 가득 오렌지주스를 착즙 해주는 곳, 가로수가 레몬인 나라.


밤새 누가 볼까 가슴 졸이며 나무에서 따온 레몬은 무척이나 떫었었다. 방에 서리해온 레몬을 몰래 버리고 나오면서는 얼마나 떨리던지. 여행지에서의 여러 기억을 떠올리면서 먹은 음식들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코로나가 물러갈 때까지 지갑은 조금 얇아지겠지만 우리의 방법대로 건강하게 잘 버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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