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업의 이름은 에디터. 에디터의 일은 굉장히 다양한데, 콘텐츠나 글을 기획하기도 하고 단순히 교정을 보기도 하고,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원고를 쓰기도 한다. 이 시즌엔 에디터 중에서도 인터뷰어가 된다. 정기간행물의 특성상 인터뷰를 하는 시즌과 원고를 쓰는 시즌이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인터뷰를 하는 시즌에는 금기시하는 것이 주로 어려 보이는 에티튜드를 갖는 것이다. 이를 테면 단화 신기, 앞머리 자르기, 스포티한 옷차림 같은 것을 지양한다. 평소 동그란 얼굴형의 소유한 나에게 20대 중반까지 인터뷰어라는 직업에는 꽤 고충이 많았다.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인터뷰이가 갑작스럽게 말을 놓거나, 반말을 하는 식의 고충들.
이제 서른을 앞두고 있으니 이런 고충은 내 기억 속의 귀여운 순간들로 ㄴㄱ 저장되겠지만, 하여튼 20대 중반 인터뷰어인 나는 저런 것들을 지양해왔기에 30을 앞두고 있는 이 나이에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법칙 같은 게 됐다.
그래서 인터뷰 시즌이 끝나면 원고 마감이 기다리는 마감 노동자의 삶이 찾아오는 데도 괜한 해방감을 느끼곤 한다. 아무튼 이번 인터뷰 시즌도 끝이 났다. 그 해방감을 느끼며 충동적으로 유행이 훌쩍 지난 처피뱅 앞머리를 잘랐다. 29살인데 뭐 어때, 다시 기르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중딩 때 이후로 이렇게 짧은 앞머리는 참 오랜만이지만, 다시 인터뷰 시즌이 찾아오면 미래의 내가 어떻게든 지금의 처피뱅을 처리할 것이다. 늘 그랬듯이. 다가오는 생일 시즌에 찍은 사진이 못난이로 오래 기억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