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20대 후반전 중의 후반전인 29.8살을 보내며 '시한부 20대'라는 별칭을 지었다. '시한부 20대'라는 말을 굳이 지어 스스로에게 빠듯한 나날을 일부러 선물하고 있는 셈인데, 가끔 친구들은 내게 왜 이렇게 힘들게 사냐고 묻기도 한다. 그때 오묘하게 기분이 이상했던 건, 스스로 잡은 고삐의 끈을 풀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무언가 잘못된 걸까.'
그러다 김지수 기자가 연재하는 <인터스텔라>의 인터뷰집을 묶은 책 <자존가들>의 서문에서 내 오묘한 기분의 이유를 찾았다. 그녀는 <인터스텔라>의 애독자들로 인해 자신의 책이 나올 수 있었다 했다. 서문에 그 애독자들이 '나태해지려는 자신의 마음의 고삐를 잡아주었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한 구절을 읽었다.
그 구절을 읽으며 나에게도 '내 마음의 고삐를 잡아주는 사람'이 있는지 떠올려봤다. 누군가 강하게 떠올라 그 친구에게 구절을 공유하며 김지수 기자에 빙의해 새삼스레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어떠한 지저분한 감정도 없는 순전한 응원의 마음으로, 또 오만하지는 않게 누군가의 마음의 고삐를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줄 수 있을까.
나에게 이런 소중한 존재가 있음에 감사하며 다가올 30살에는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존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큰 지향이 생겼다.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