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올해는 가을이 유독 길다, 매년 신상 트렌치코트를 사고 싶을 때마다 몇 번 못 입을 거라며 내 욕구를 누르곤 했다. 그런데 올해는 가을이 길든 짧든 개념치 않고 신상 트렌치코트를 장만했는데, 운이 좋다. 한 2~3번 입을까 했던 나의 새로운 트렌치코트를 8번은 넘게 입은 것 같다. 매 주말마다 가을이 길다며 이야기하는 걸 보니 올해 가을은 정말 길다.
이번 가을엔 처음으로 낙엽 눈도 맞았다. 샛노란 은행나무잎들이 바람 따라 우수수 우수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남자 친구와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 남자 친구의 손을 이끌고 낙엽이 떨어지는 나무 쪽으로 뛰어갔다. 남자 친구는 당황해했지만, 늘 그랬듯이 함께 손을 잡고 뛰어가 줬다. 그렇게 이나무에서 저 나무로 우스꽝스럽게 뛰었다.
함께 낙엽 눈을 맞았던 오늘의 추억이 또 언젠가 가을이 길다고 느끼는 순간에 불현듯 떠올라 아름답게 기억되리라 믿는다. 가을만이 줄 수 있는 금빛 물결은 코로나로 지쳤던 올해를 보상해주는 듯이 미쁘디 미쁘다. 내년 낙엽 눈을 맞을 때는 마스크를 쓴 기억은 쏙 빼놓게 되기를. 마스크 없이 아름다운 가을산을 만끽하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