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독 다사다난했다. 모두 그랬듯 대외적으로 코로나19가 올해를 다사다난하게 만들었고, 안팎으로도 회사의 구조조정과 유목민 생활이라는 꽤 복잡한 일상이 이어졌다. 지난 8월 말, 내가 몸 담은 회사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다행인지 아니면 불행인지 혼란한 구조조정에서 나와 친한 나의 동료는 살아남았다. 오래 일했다는 이유로 구조 조정에서 살아남지 못한 선배들을 보며 마음이 많이 안 좋았다.
혼란한 8월 말을 지나 온기가 가득했던 사무실에 나와 동료 k만 남아 10월 말까지 두 달의 시간을 보냈다. 어떨 때는 상사의 잔소리가 없어 편안한가 싶다가도, 또 어떨 때는 그 목소리마저 그리워지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나름의 자유를 얻었을지도 모를 우리였지만, 우리는 한 달 넘게 이 상황을 애도하며 조용히 가만히 지냈다.
10월 말이 됐다. 회사는 신사옥으로 이전 준비 중이었는데 올해 길고 지난한 장마로 신사옥 공사가 제때 끝나지 못했다 했다. 그 이유로 공유사무실인 위워크에 입성했다. 신사옥에 갈 것과 잠깐 일할 위워크에 갈 것으로 나누어 짐을 쌌다. 태생이 맥시멀리스트인 나에게는 한 달 동안 쓸 짐도 꽤 많았다.
위워크에서의 일상은 분주했다. 사람이 많았고, 어디든 이동하려면 카드 키를 찍어야 했다. 한 달 후인 11월 말, 드디어 논란의 신사옥으로 이사했다. 신사옥은 말 그대로 논란 그 자체. 여전히 공사 먼지가 한가득 쌓여있고, 탕비실 싱크에 물도 나오지 않는 상태였다. 정수기도 전기포트도 두 말할 것 없이 되는 게 없었다. 되는 게 있다면 컴퓨터, 인터넷, 화장실 정도. 모든 게 차차 나아지겠지, 적응이 되겠지, 하며 시간이 부디 잘 흐르기를 바랄 뿐이었다.
내가 자리한 사무실 2층 곳곳에는 창문이 있다. 여기도 창문, 저기도 창문. 나와 동료 k의 자리에도 창문이 있다. 우리에게 창문이 생겼다. 모두의 창문 뷰가 빌라 뷰인 반면에 내 창문의 뷰는 무려 감나무 뷰다. 주택에 심어 놓은 감나무 뷰.
창밖 풍경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온갖 새들이 날아와 감나무를 먹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보인다. 까치, 산비둘기, 참새까지 정말 다양한 새들이 날아와 감나무의 감을 먹는다. 이 풍경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그간의 혼란한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잔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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