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
29살 생일을 지나며 아직까지도 생일을 좋아하는 이유로 '좋은 기억'을 꼽았었다. 그간 좋은 기억이 쌓여 서른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도 이토록 생일을 좋아하는 거였다. 생일처럼 내게 또 좋은 기억이 스며 있는 것들을 찾고 싶어 졌다. 그렇게 추억이 어린 몇 가지 기억을 찾아냈다. 그중 하나는 '갈비'.
초등학교 때 좋은 일이 있는 날, 이를 테면 시험에서 백점을 맞거나 회장이 되거나 하면, 늘 우리 엄마는 외식으로 갈비를 사주곤 했다. 내가 살던 동네에는 맛있는 갈빗집이 있었기 때문인데, 양념돼지갈비가 초딩인 나에게 그렇게 맛있었다. 그래서 늘 좋은 일이 있으면 혹은 내가 마음 상하는 일이 있으면 나는 엄마 손을 꼭 잡고 갈빗집에 가서 갈비를 먹었다.
이번 생일을 보내며 남자 친구에게 유년 시절의 좋은 기억을 말해주면서 갈비에 대한 좋은 기억과 잔상이 다시금 떠올랐다. 상장을 가지고 신나게 뛰어가 엄마에게 자랑하는 모습, 잘했다며 엉덩이를 도닥이는 엄마의 손길, 엄마의 검지 손가락을 잡고 갈빗집으로 향하던 기억 등.
오빠는 생일날 저녁에 갈비를 구워 먹자고 했다. 코로나 시국에 외식보다는 안전한 집밥이 좋을 것 같았다. 이미 점심에 생일 의례인 태국 음식을 먹은 후였고, 게다가 갈비라니 흔쾌히 좋다고 했다.
마트에 가서 돼지갈비를 찾았다. 구이용 돼지갈비를 사야 하는데, 갈비 초보인 우리는 찜용 돼지갈비를 사버리고는 오래오래 지글지글 구워 먹었다. 질겅질겅 갈비를 씹으면서 갈비에 대한 좋은 기억이 새로 더해졌다. 좋은 기억을 새로이 좋은 기억으로 다시 만들어주는 오빠의 존재도 무척 감사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