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천 명을 뚫고 도착한 곳은 무려 럭키빌딩. 내가 좋아하는 부부는 행운이 가득한 곳에 새로이 자리를 잡았다. 가지런히 신발을 벗어두고 둘러보니 부부가 준비한 집들이 음식은 무려 파히타였다. 공복 조절 실패로 아침을 조금 먹어버린 나는 배가 그리 고프지 않았지만, 그래도 첫 끼니인 것처럼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11월 초에 본 언니는 다리가 아팠는데, 그 이후로 여기저기 계속 병이 나고 아팠다고 했다. 그래서 음식은 남편인 내 남사친이 준비했다고. 누군가의 남편이 된 남사친은 이날 오래오래 주방에 있었다. 설거지도 하고 뒷정리도 하고. 조금 생경한 풍경이었지만 나보다 먼저 어른의 출발선에 선 친구가 대견해 보였다.
정성스럽게 볶아낸 양파, 고기, 새우 등을 밀 토르티야에 싸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과카몰리, 토마토 절임 등 소스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맛있다는 내 말에 원푸드라 맛있어야 한다고 대답하는 내 남사친의 말에 괜히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근사한 원푸드라면 언제든지. 그들은 내 마지막 20대를 축하해주겠다면서 준비한 디저트를 꺼내고, 화려한 파티 머리띠를 꺼냈다. 2,9 두 개의 숫자 초를 꼽고 하는 부부와의 첫 파티. 남사친이 아이폰으로 찍어준 사진은 망한 것 같았다.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도착하지 않는 걸 보니. 그렇게 소원을 빌고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파티일 초의 불을 껐다. 그리고선 옹기종기 모여 폴라로이드를 찍었다. 폴라로이드 속 부부는 세상 활짝 웃고 있었다. 웃는 모습이 닮은 것 같아 그 사진을 오래 바라봤다. 그 옆에서 엷은 미소를 띄우고 있는 나도.
나는 그들에게 작은 물컵 2개를 선물했다. 커피잔, 유리잔은 많을 것 같아서 나름 없을 것 같은 도자기 물잔을 선물했는데, 어떤 깊은 갈등도 이 작은 잔에 담긴 음료를 다 마시기도 전에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카드에 쓰려고 했는데, 직업병(나는 카드를 잘 못 쓴다. 이걸 직업병이라고 괜히 포장한다.)과 귀차니즘이 발동해 말로도 전하지 못했다. 나중에 꼭 말로 전해줘야지.
눈 내린 날의 집들이. 이날은 부부의 환대와 융숭한 대접 속에 나름대로 남사친과의 우정을 회복하고, 언니의 안위를 걱정하며 또 살뜰한 배려를 받은 날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살면서 부부에게 초대받은 첫 집들이라 그런지, 앞으로 누군가가 초대할 집들이 또한 괜히 마음이 몽글거릴 것 같다. 나도 나중에 부부가 되어 누군가를 초대한다면, 럭키빌딩의 럭키부부처럼 초대받은 이에게 몽글한 마음을 선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당장은 언니가 선물해준 비타민을 먹으며 뼈 건강을 챙긴다. 언니 덕분에 30살이 조금은 반가워진다. 웰컴 써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