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이제 10일 남짓 남았다. 한창 시끌벅적 친구들을 만나며 한 해을 정리해야 하는 시기인데 나와 내 주변은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조용히 지내는 중이다. 29살이라는 나이, 더 화려하게 시간을 보내며 서른을 맞이하고 싶었지만, 역대급으로 높은 코로나 신규 확진자 앞에 마지막 20대라는 이슈는 너무나 별일이 아닌 게 된다.
이번 주말에도 그러했듯 하루는 남자 친구와 남자 친구네서 조용히 놀았고, 또 하루는 가족과 조용히 집에서 보냈다. 특히 이번 주말에는 엄마와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엄마가 만들어준 따스한 세 끼를 든든히 먹었다.
이번 주엔 일이 몰리면서 내가 해낼 수 없는 분량의 일이 주어졌다. 또 일을 하면서 유독 자신감이 없는 주이기도 했다. 사실 평소라면 '닥치면 다 하게 되어있다', 혹은 '그때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할 텐데, 그렇게 생각이 잘 안 흘러갔다. 돌이켜보니, 이건 다 pms 탓이려니.
한 주감의 고단함을 인증하듯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 pms가 심한 날 생기는 아픈 뾰루지 몇 개가 올라왔다. 꽤 고단한 일주일을 보내고 맞는 주말, 엄마와 남자 친구가 해준 따듯한 음식을 먹으며 기운을 차린다. 먹고 자고 먹고 자는 붓기 있는 주말이지만, 내 마음은 이전보다 편안하고 든든하다. 어김없이 내일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라는 마음이 생기는 걸 보니 충전이 꽤 잘 된 것 같다. 비록 붓기도 같이 충전됐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