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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송 Nov 09. 2020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SBS  <집사부일체 이적 편>을 보고 생각하다


새로운 직장에 들어오면서 조금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조금'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나의 지난 경력과 분야는 다르지 않지만, 그 안에서 하는 직무의 성격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가 제2의 취준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고민했던 부분이다.


공대를 졸업하고 IT분야에서 6년간 일을 해오면서 항상 나를 괴롭히던 고민이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내가 이일을 오래 할 수 있을까?'였다. '일이 힘들어서' 혹은 '야근이 많아서'와 같은 이유에서 든 생각이 아니었다. 일을 하면서 내가 개발자 성향이 아닌 것을 계속해서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큰 개발 업무가 떨어지면 늘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다. 맡았던 일들은 그때그때 노력해서 다 해왔지만, 그때마다 잠시 안도한 뒤에는 '오래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물음이 떠올랐다. 오히려 더 노력을 들여 개발 업무를 할 때보다 기획서나 제안서 작업을 할 때 더 성과가 좋았고 인정도 받았다.


작년에 퇴사를 하고, 나의 회사생활 첫 사수이자 2년간 함께 일을 했던 과장님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서 술을 한잔하는데 앞으로의 진로 고민을 하는 나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셨다.

"너는 개발보다는 기획이나 관리하는 역할이 잘 맞는 것 같아. 일을 정리하거나, 문서 작성하는 걸 더 잘하니까."


솔직한 조언에 너무 감사했다. 후배가 못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말씀해주신 배려도. 그리고 그 조언은 앞으로의 진로를 계획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SBS 집사부일체 이적 편 중에서


남들이 '너도 노력해봐, 덩크슛할 수 있어'라고 조언하면
하루에 16시간씩 미친 듯이 노력해서
비슷하게 할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지속가능성이 없는 거야.
계속할 수가 없고 번아웃이 오는 거지.

그래서 후배들에게 하는 중요한 얘기가 이거야.
'지속 가능성'
계속할 수 있게 해라. 조금 덜 성공하더라도.



우연히 돌린 채널에서 집사부일체 이적 편을 보았다. 학창 시절 약한 운동신경이 콤플렉스였는데, 어느 순간 깨달음을 느꼈다고 했다. '남들이 잘하는 걸 나도 잘해보려고 애쓰기보다, 나에게도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하는 분야가 있고, 그것을 키우면 되겠구나'라고. 그리고 그것이 더 지속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이적에게 그건 '음악'이었다.


나는 지금 새로운 직장에서 사업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 새롭게 배워야 할 부분이 많고 아직 너무나 부족하지만, 이전에 느꼈던 지속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은 잘 들지 않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분명 그 사람에게 맞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것을 일찍 찾는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계속 찾다 보면 스스로 느끼는 순간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적이 한 마지막 말이 인상 깊다. '조금 덜 성공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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