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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송 Jul 24. 2021

변화가 필요해

일상에 변화를 주다


잔잔한 일상


잊을만하면 회오리가 치던 20대의 삶과 비교하면 요즘의 나는 꽤 평안한 듯하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가만히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급기야 루즈함을 느끼기에 이르렀다. 집에 오면 볼 수 있는 가족이 있고, 나름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있다. 사실 요즘과 같은 시국에 이런 평범한 일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복이며 감사한 일임을 안다. 그런데 요즘 나의 마음은 이상하게 자꾸만 가라앉는다. 감사함과 활력보단 무력감이 때때로 찾아온다.


힘들 때는 이런 잔잔한 일상을 그토록 원했건만, 그걸 가지니 때때로 지루함을 느끼는 걸 보면 나란 사람이 참 간사하단 생각이 든다. 일상은 평온하지만 마음에 활기가 없는 지금 나에겐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



일상에 변화를 꾀하다


힘들 때마다 같이 술잔을 기울이던 몇 안 되는 술친구이자 정신적 지주인 언니가 있다. 5년 전에 결혼과 함께 영국으로 이민을 가서 만나기는 어렵지만, 꾸준히 안부 연락을 한다. 시답잖은 얘기부터 힘든 얘기까지 그냥 갑자기 카톡으로 툭 이야기해도 이상하지 않은 사이인 언니에게 최근 나의 무력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별히 안 좋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코로나 블루라고 하기엔 더 심각한 상황일 때도 잘 지내왔다. 요즘은 운동도, 글쓰기도 잘 안되고, 심지어 이사도 가야 하는데 이사 준비에도 의욕이 잘 안 생긴다는 나에게 언니가 조언을 건넨다.

'출근 루트를 바꿔봐.'


서운할만치 단순한 언니의 메시지를 보는 순간, 갑자기 일상에 변화를 줄 방법이 떠올랐다. 다음 달에 이사를 앞두고 있는데 기존 집에서 나가는 날짜와 새로운 집에 들어가는 날짜가 맞지 않아 열흘 동안 살 곳을 구해야 한다. 열흘 동안 지낼 곳을 구하는 일이 단숨에 즐거운 고민거리로 다가왔다.


잠시 친정집에서 지낼까 생각하다가, 집이 넓지 않은 데다 동생도 같이 살고 있고 열흘 동안 지내기엔 신랑이 편하지 않을 것 같아 다른 방안을 찾기로 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호텔에서 지내기로!



열흘 간 머물 새로운 장소


남편과 나는 위치와 비용을 따져보고 여기저기 알아보다 열흘 동안 지낼 호텔을 예약했다. 회사에서 멀지 않은 장소로 정했다. 우린 최소한의 짐만 가지고 가서 당분간 그곳에서 지낼 예정이다.


먼 곳으로 떠나 휴가를 즐기는 호캉스는 아니지만, 매일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일상의 장소가 바뀐다고 하니 왠지 모르게 설레는 기분이다. 코로나로 인해 특별히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했는데, 이번 계획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최근에는 무기력해 책도 영화도 잘 보지 못했는데, 호텔에 있는 동안 읽을 책을 이것저것 고르는 나를 보니 반갑다. 잠시 머물 새로운 장소에서의 시간이 기대된다. 마치 여행을 앞둔 사람처럼.



cover photo by 양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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