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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한량 Jul 10. 2022

손님들 (#2)

#1 아름다운 연인

#2

저녁의 그저 그런 카페는 그저 그런 하루들이 만나 마무리가 되는 곳이었다. 누군가는 분명 엄청난 하루의 마무리였을 수 있겠지만 단연코 아닐 것이다. 대부분에 사람들의 엄청난 하루의 끝에 마침표를 찍어줄 만한 공간은 아니었기 때문이라 확신한다. 게다가 내가 그 마침표를 찍어주는 스탬프였다는 건 그분에게 너무 미안해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나의 그저 그런 하루도 이곳에서 마무리되어야 했는데 역설적이게도 나에겐 가장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나의 대부분은 나의 방 안에서 이루어졌고 나 혼자만의 시간으로 구성되어있었기 때문에 항상 그저 그런 시간들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난 누군가의 하루에 마지막 관문을 지키는 문지기역을 수행하며 그들에게 마침표를 찍어주었지만 정작 그 문지기를 위한 문지기는 없었다는 게 역설적이기도 했다. 내가 이러한 마무리 문지기 역할을 좋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손님들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이 카페에는 아주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있었다. 많은 손님들 중 유독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는데, 보기만 해도 기분이 편안해지는 한 커플이 있었다.


남자는 선한 인상에 안경을 끼지 않았지만 차분한 인상이었다. 옷은 심플하게 즐겨 입었으며 머리 또한 단정했다. 그렇다고 정적인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둘의 대화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웬만하면 그들은 웃고 있었기 때문에 유머러스한 사람이었을 수 있겠다. 그럴 때마다 여자의 웃음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 정도로 웃는 게 이뻤다. 갈색 계통의 옷이 유난히 잘 어울리고 긴 머리에 컬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여자는 항상 애정이 가득한 눈으로 남자를 쳐다보았고 남자는 언제나 한결같이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주로 가게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항시 내가 지켜보며 관찰할 수는 없었지만 가끔 지나칠 때에도 충분히 그들의 애정은 느낄 수 있었다. 가끔씩 출몰하는 과도한 스킨십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게 아닌, 그들이 대화를 하는 태도나 자세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품격 있는 사랑은 근처를 지나기만 해도 기분 좋은 웃음이 나왔다.


음료는 주로 여자가 가지러 왔는데 남자가 몇 번 가지러 왔을 때 가져오란 것들을 깜빡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가져간 뒤 조금 혼났었는데 몇 번 반복하더니 언젠가부터는 여자가 가지러 왔다.  그들이 보통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모른다. 나는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보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기에 그들은 매번 웃으면서 대화를 했을까. 그저 그런 카페에 어울리지 않는 언제나 아름답던 당신들. 어쩌면 하루를 어떻게 보냈냐는 것보다 하루를 누구와 마무리하는 게 더 중요한 것 일지도 모른다는 걸 생각했다.


공교롭게도(공교로운 일은 아니지만),   커플이 싸운 것을  적이 없다. 언제나 둘은 웃으며 대화했고 웃으며 들어왔으며 언제나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고 공손히 음료를 받아갔다. 그들은 내가 없는 지금의 그저 그런 카페에서 웃고 있을 것이다. 오늘도 그저 그런 당신들의 하루에 웃음 지어 보이면서, 나에겐 파랑새  자체들로 기억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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