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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한량 Aug 07. 2022

대화

그녀에 대한 기억

그렇게 새벽에 갑자기 나를 불러내서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어요. 그전에 우린 조금 다투었지만 당신이 불러서, 이 새벽에도 달려온 내가 밉지 않아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였을까요.


비가 조금 내리고 있었고 우린 당신의 집 근처 어느 골목길 모퉁이에 앉아, 우산을 같이 쓰곤 아무 말 없이 벽만 보고 있었죠. 그냥 그 순간들을 느꼈던 것 같아요. 당신은 나의 팔에 팔짱을 끼고 기대었고, 나는 그저 우산을 들고 그 공기를 느꼈어요.


당신이 물었죠.

‘지금 이 순간이 로맨틱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아무렴요. 어떻게 알았냐고 당황해서 말하니 그제야 웃던 당신. 우린 그 뒤로도 꽤 추워질 때까지 가만히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빗소리를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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