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원래도 말랐지만 결혼하고 더 말라간다... 그냥 체질이겠거니 하지만, 그와 반대로 급격하게 체급을 불려나가는 나와 대비되어서 더 야위어보인다. 우리 엄마 볼때 마다 난리난다.
"이스방 밥 좀 잘 챙기줘라 가시나야!! 니 또 아침에 못 일나가 이스방 아침도 못 묵고 출근하재? 정신 채리라~~ "
물론 우리 엄마아빠는 남자로 태어나 부인에게 밥상도 못 챙겨 받는 것이 가장 서러운 팔자인줄 아시는.. 고조선식 사고방식을 가지신 분들이므로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린다. 그런데 방학이 되니 내 늦잠은 더 늦어지고, 남편은 그냥 미숫가루에 야채가루 타서 아침이라고 먹고 출근하는데 어제는 왜이리 맘이 짠한지.. 저렇게 안 먹으니 살이 쭉쭉 빠지지... 국도 있고 밥고 있구만 좀 먹고 출근하지. 나는 비몽사몽하면서 일어나려는 의지도 없이 천하태평하게 누워있는데 혼자 이침에 일어나 빨래 개고 설거지하고 환기 시켜놓고 하는 남편에게 미안해졌다.
어느 시인이 그랬는데 "옷에 묻은 실밥이 유난히 커보이는" 게 사랑이라고.
가족이 되려면 서로 짠해 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유난히 배려심이 많은 우리 남편. 늘 남에게 양보하고 배려만 하고 살았을까, 생각하면 또 괜히 짠해진다. 나라도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이 더 크고 싶은데. 오늘도 점심으로 비빔냉면 먹다가 내가 매워하니 바로 자기 물냉면 그릇이랑 바꿔준다.
"있자나~ 나 오늘 아침에 잠 덜 깼는데 오빠 아침도 안먹고 미숫가루 타먹는게 어찌나 짠하던지."
쑥스럽게 사랑고백을 해보는데
"그렇게 말해놓고 내일도 어차피 늦게 일어날거자너~~"
맞다. 우리 남편은 어차피 변화하지 않을 이런 무의미한 대화... 별로 안 좋아한다.
컴돌이 아니랄까봐 0 아니면 1이다. "1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한 0" 같은 건 그가 사는 세상엔 없는거지...
짠한 마음이 사랑 고백이라는 이 문과 아내의 비유와 상징의 언어를 언젠가는 디코딩해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