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 고향인 나는 철마다 엄마가 보내주는 고구마나 양파를 솔직히 좀 귀찮아했다.
저거 언제 다 쪄먹지... 이런 생각부터 들었다.
그런데 얼마전 엄마가 보내준 자잘이 고구마를 서울 토박이 남편이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우리 형제들은 계절마다 이런거 실컷 먹고 집에 먹을게 끊이지 않았겠다며 부러워하기까지.
남편 먹는 걸 보니 고구마 별로 안 좋아하는 나도 갑자기 너무 맛있어보였다.
지난번 본가 내려갔을 때도 뒷마당에 마늘 통째로 주렁주렁 말리는 걸 보고 남편은 눈이 반짝반짝거리며
"장모님한테 마늘 좀 달라고 하자!"
나는 속으로 우리가 마늘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그냥 깐마늘 사먹는게 속편한데.. 라고 생각했지만
엄마는 또 그걸 듣고 몇 통 택배로 보내셨다.
여동생은 역시 택배를 열어보고는 나랑 같은 생각. "이걸 언제 다 까먹노!"
(쓰다 보니까 나랑 여동생이 너무 양아치 같아 보이는데, 우리 어머니 손도 크셔서 '조금'의 남다르기 때문에 우리 형제들은 엄마가 택배 보냈다고 하면 겁부터 난다.)
무튼 그렇게 받은 마늘 스우파 보면서 다 까고, 어제 삼겹살이랑 구워먹고 오늘 파스타에 넣어먹고.
마트에서 산 거랑 차원이 다르게 마늘이 어~~찌나 맛있는지.
안까지 다 익혀서 구워먹으니 달기도 달고 입에서 녹아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