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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나따 Oct 22. 2021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된

신혼 단상

결혼 겨우 6개월차, 거의 소꿉놀이처럼 살고 있는 우리 부부에게 결혼 전과 결혼 후는 크게 차이점이 없다. 다른 사람들에게 남편과의 일화를 이야기해줄 때 '남자친구'라는 호칭 대신 '남편'으로 바꿔 말하는 것이 내가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 보통 결혼 후 가장 불편한 점은 더이상 혼자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아직 저녁 메뉴 외엔 큰 결정이랄 걸 내릴 기회가 없었다. 이사, 계약, 구매 등등 결정을 더 이상 혼자 내릴 수 없다는 건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있어보인다. 나 혼자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일에는 여전히 불확실하고 자신이 없어지지만, 그래도 둘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에는 좀더 뻔뻔해질 수 있다. 더 객관적으로 따져볼 수도 있고, 내 관점만으로는 놓치게 되는 지점들을 배우자가 잘 캐치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사소한 것들이 은근 불편한데, 나에게는 그 사소하고 은근한 불편함이 향이다. 

결혼 선물로 어쩌다보니 향초 선물을 많이 받았는데, 남편과 나의 향 취향이 달랐다. 음악 취향이 다른거야 각자 이어폰을 끼고 들을 수 있는데, 향은 그렇지 않다. 어쨋든 집 안에 퍼지게 되니까. 향을 내는 종류도 아직 합의를 보지 못했는데, 향초를 심지를 태워서 피울거냐, 전용 조명등으로 녹여서 피울거냐, 디퓨저냐, 인센스냐. (종류가 왜이렇게 많냐) 또 사람의 취향이나 관심사라는게 시시각각 변하기 마련이라, 남편이 동료분께 인센스를 추천받아서 사고 싶을 때는 내가 싫었고, 요가에 빠진 지금의 나는 인센스를 사고 싶은데 남편은 또 요즘엔 별로라고 한다.  

집안 공기 뿐 아니라 몸의 향기도 그렇다. 밀착하고 지내는 사이이다 보니, 서로의 화장품 냄새를 본인보다 상대가 더 자주 맡기도 한다. 바디로션 좋아하는 나는 연애 때 남편에게 잘보이려고  내가 좋아하는 머스크 향이나 값비싼 장미향 로션을 바르고 갔는데 그 때 마다 차 안이라는 밀폐된 장소에서 남편은 약간의 알레르기에 시달렸다. 말도 못하고 며칠을 참다가 겨우 어렵게 입을 뗀 착한 남편. (이럴 때 보면 참 안 맞는데 결혼한게 신기) 그 이후로는 거의 무향이거나 금방 향이 날라가는 로션을 위주로 쓰고 있다. 

사람마다 체취가 있다는 건 너무 신기하다. 같은 집에 살면서 같은 세탁기에 같은 세제 넣고 빠는 옷인데도, 남편 옷 냄새가 더 좋다. 그냥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그런 효과인가? 아니면 깔끔쟁이 남편이 평소 옷을 깔끔하게 입어서 그런것인가? 가끔 남편의 목덜미나 인중 냄새를 맡으면 나만이 맡는 냄새라는 생각에 우리가 정말 가까운 사이이구나를 실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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