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유네스코 마을 여행
포르투갈 곳곳에는 로마의 흔적이 남아있다. 스페인과 가까운 북쪽 국경지역 폰트 드 리마(Ponte de Lima)라는 도시에는 로마시대에 지어졌다는 다리도 아직 남아있고, 대학도시로 유명한 코임브라(Coimbra) 근처에도 로마 유적이 남아있으며, 멀리가지 않아도 리스본 시내 한복판에는 은행을 지으려고 땅을 파보니 로마 유적이 나와서 고고학박물관을 겸하게 된 곳도 있다. (Fundação Millennium BCP) 에보라도 로마유적이 남아있는 오래된 도시 중 한 곳이다. 에보라 중심가에는 디아나 신전과 비슷하게 생긴 신전이 있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나라 중에서도 가장 서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포르투갈까지도 로마인들이 진출을 했다니, 실로 로마제국이 거대하였구나 싶기도 하고, 정말로 로마제국은 하루아침에 지어지지 않았겠구나 싶다.
디아나 신전뿐 아니라, 콰지모도가 살 것 같은 에보라 대성당, 오래된 대학 중 하나인 에보라 대학,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의 정신으로 죽은 이들의 뼈로 장식한 뼈예배당 등 하루 묶기엔 아까운 볼거리들이 많은 도시이다. 다만 한여름에는 너무 더울 수 있으니, 그늘을 잘 찾아 다녀야한다. 또 코르크가 유명하니, 시내 상점에서 코르크로 된 지갑이나 가방 등을 구매해도 좋고, 음식과 와인이 유명한 알렌테쥬 지방인만큼 식도락을 즐길 수도 있다. 알렌테쥬 지역의 향토음식인 가스파슈(Gaspacho)는 토마토, 양파등을 잘게 잘라 만든 시원한 냉스프로, 전체요리로 먹으면 입맛을 톡톡히 돋군다.
포르투갈과 로마의 관계는 사실 단순히 유적이 남아있는 정도로 볼 수만은 없다. 17세기, 포르투갈이 해양원정과 해외정복 사업으로 한창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던 시기에, 안토니우 비에이라(Antono Vieria) 신부가 아시리아,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제국에 이어 포르투갈이 제 5제국이 될 것이라는 일종의 메시아주의적 예언을 했다. 이후 20세기초 포르투갈 현대문학의 한 획을 그은 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는 그의 예언을 이어 <제 5제국>이라는 시를 지어, 국가적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강대국 포르투갈의 열망을 표현하기도 했다.
포르투갈인들에게 로마제국의 계보를 잇는 국가가 되는 것은 꽤 진지한 작업이었다. 그들은 종교도 최대한 로마 카톨릭을 유지하고자 하여, 르네상스 시기 북유럽 및 독일에서 일어난 종교개혁에 강하게 반발하여 카톨릭을 유지하고 개신교 및 유대교를 탄압하기도 하였다. 또한 언어도 로마 라틴어에서 파생된 다섯개 언어 ㅡ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루마니아어 ㅡ 중 가장 라틴어와 비슷하게 유지하여 계승하고 있는 언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언어학자들이 많으며, 때문인지 문법적 엄격함을 언어 교육에서 특히 강조하는 편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 제국이 서양 국가의 모태가 된 만큼, 많은 현대 국가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지금까지도 그들의 정치체계나 문화, 법 등이 중요하게 연구되고 있다. 현대 미국문학에서 고대 로마 제국과의 비교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연구동향을 들리는 걸 보니, 강대국이 되기 위한 모델로 로마를 삼은 것은 비단 17세기의 포르투갈 뿐만이 아닌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