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벨 아줌마가 고향인 아소르스(Açores) 지역식으로 갈비찜 같은 요리를 하셨다. 거의 꼬박 만 하루를 고기를 재우고 오븐에서 오래 익히는, 그릇도 아소르스에서만 파는 진흙으로 구운 특이한 모양의 그릇으로 정성스레 요리를 하시고는 마지막에 매운 고추기름 몇 방울을 뿌려 완성하셨다. 사실 매운 고추기름은 전통요리법은 아니고, 아주머니가 한번 처음 넣어보신 거라고 하시며, 언젠가 손자들에게 이 요리를 해주면서 이렇게 얘기하실 거라고 했다.
“할머니 레시피는 말이야, 매운맛이 나는 게 할머니만의 비법이야. 할머니가 예전에 한국 여학생에게 하숙을 친 적이 있단다. 그 한국 이모가 매운 걸 엄청 좋아했어. 그래서 우리 가족들도 매운 걸 즐겨 먹게 되었지.”라고 말할 거라고.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요리도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랬을지 모른다. 두 가지 이상의 문화의 만남을 통해 만들어진 국적불명의 식탁.
감자 샐러드의 국적도 참 모호하다. 삶은 감자를 계란을 으깨서 마요네즈로 버무리고 있는데, 아저씨가 ‘그거 한국 요리야?’라고 물어보신다. 흠... 이게 어느 나라 요리지? 한국식 “사라다”도 아니고, 미국 껀가? 북유럽 스타일인가..? 참고로 포르투갈에선 이걸 '러시아 샐러드'라고 부른다.
서설이 길었습니다
준비물 : 감자 한 알, 계란 한알, 사과 1/5쪽, 오이 1/5, 마요네즈, 후추
1. 감자와 계란을 삶아서 (계란 반숙 7분 완숙 10분. 샐러드 할 거니까 완숙이 좋겠죠.) 잘게 으깨줍니다
2. 사과를 잘게 다져줍니다.
3. 오이는 물이 많아서 일단 팩 하는 것처럼 자른 후 소금을 좀 뿌려주고 기다럈다가 물기를 꽉 짜고 다시 잘게 잘라줍니다. 이게 귀찮으시면 그냥 오이 넣지 마세요! 엄청 심심하고 할 일 없을 때만 오이 넣으세요 (찡긋)
4. 모든 재료 쉐킷쉐킷. 마요네즈랑 후추 비율은 입맛에 맞게.
사과를 넣어서 따로 설탕을 추가하지 않았다. 좀 더 단맛을 원하면 설탕을 넣기보다는 빵에 발라먹을 때 사과잼이나 토마토잼을 발라서 감자 샐러드를 올려 먹는 걸 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