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에 대해 공개적으로 쓰는 글들은, 정말 공개할 수 있는 수위의 글들만 쓰는 것이다. 정말로 내가 자존심이 너무 크게 상하거나 정신적 트라우마가 너무 심한 인종차별은 다시 상기하기도 싫고 남에게 말할 정도로 내 안에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말할 수 있을만큼의 경험만을 공유한다.
이건 특정 나라만의 문제는 결코 아니고,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누구라도 어디에서라도 있는 일이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나는 한국에서 나도 모르게 상처를 줬을지도 모르는 한국의 외국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 미안함마저도 그들이 바란 적 없는 시혜적 온정주의일지 모르나. 그런데 그건 그거고, 내가 외국에서 겪는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꼭 "야, 한국 사람들도 인종차별 심해~"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내가 외국에서 인종차별을 겪으면, 내 조국에서도 누군가는 인종차별을 하니까 그것에 대한 업보려니... 생각하고 기분이 나쁘고 피해를 입어도 그냥 넘어가야 된다는 논리인건가?
어쩔 때는 뭐 그렇게까지 PC(Policital Correctness)를 지키며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다. 인종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지나친 피해의식 때문일 때도 있고, 정해진 또렷한 기준이 있는게 아니라 대화 상대와의 관계나 그가 겪어온 개인적 배경에 따라서 같은 말도 달리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젠더감수성이든 다문화감수성이든 이를 향상시키려면 '갈등'이 불가피해보인다. 내가 별뜻없이 던진 말에 분위기가 싸해지고 무안해졌던 경험이든, 친구들 사이의 농담에서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어 기분이 상한 적 있던 경험이든.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더 다양한 경험들을 해봐야한다. 그러려면 사실 더 많이 외국에 나가보고 외국인과 어울리고 해야하는데, 그런 경험의 기회 자체를 가졌다는 건 사실상 엄청난 사회적 특혜이다. 지식 뿐 아니라 정치적 감수성도 빈익빈부익부의 시대인걸까?? 때론 그렇게 잘 교육받은 유럽의 대학원생에게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한 남미의 담배가게 아저씨가 덜 차별적이기도 하고. 생각할 수록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