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얼굴에 침 뱉기

by 헤나따

21세기에 속담은 새로 쓰여져야 한다. 가령,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천에 오십", "가는 말이 고와야 호구 잡힌다", "웃는 얼굴에 침 뱉기 좋다" 등등. 어쨋든 아무런 기반도 없고 지인도 없는 타지에서 적응하기 위해 미소와 친절을 장착하며 살던 나에게도 그 미소가 오히려 내게 불이익이 되어 돌아온 경험이 몇 번 있다. (물론 이건 특정 나라의 문제는 아니다. 그냥 다만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뿐.)



한번은 술집이 모여있는 바이후 알뚜(bairro alto)에서. 여기 나라 사람들은 다들 길에 서서 술을 마시는, 체력이 약한 나에겐 매우 맞지 않은 술 문화를 갖고 있는데, 큰맘 먹고 바이후 알뚜에 나갔던 날 한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스스로 자기는 엘로우 피버(yellow fever, 동양인 페티쉬)를 갖고 있다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던 그는 나에게 잠자리에서 한국 남자가 더 좋냐, 포르투갈 남자가 더 좋냐는 질문까지 했다. "그건 내 프라이버시니까 너한테 말해 줄 이유 없는데"라고 대답했는데, 날 화나게 했던 건 그의 대답이었다.

"와~ 난 이래서 정말 아시아 여자들이 좋아. 유럽 여자였으면 내가 그런 거 물어봤을 때 fuck off라고 했을텐데 넌 정말 나이스하게 대답해주잖아!"


'나이스'라는 단어가 이렇게 기분 나쁠 수 있다니. 그날 완전 야마가 돌아서 바로 집으로 왔다. 외국인으로 지어왔던 "나이스"한 미소가, 순종적인 '아시안 여성'이라는 나의 생물학적 특징과 결합되어 내게 비수로 꽂혔다. 앞으론 절대 함부로 미소 짓지 않겠다고까지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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