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내가 유학을 나오기 직전만 해도 '탈조선'이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내 유학이 확정되자 많이들 부러워하고 축하해주었다. 예의상 그렇게 말해준 걸 수도 있는데 나는 괜히 그게 싫었다. (이 정도면 꼬여도 단단히 꼬인 애.) 난 지금 고생하러 가는 거고, 생각만 해도 힘들고 끔찍하게 외로운데 왜 저렇게 다들 천진한 얼굴로 축하해 주는 거지?
나도 안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생각해봐,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지. 남들은 여행 한 번 가기도 힘든데. 여행 갔다 생각하고 즐기다 와.' 맞는 말이지만, 제발 나에게 긍정을 강요하지 말아줬으면. 첫 6개월은 이런 마음이 단단히 응어리져 있었다.
그 당시 제일 싫었던 광고는 에어비앤비의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카피. 이보시오 에어비앤비 양반, 여행이 살아보는 거라면 가서 세금 내시지. 여행 와서 상사에게 까이고 야근하고 오라구.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번번히 지고 동료들과의 은근한 신경전 끝에 집으로 돌아와서 초라함을 만끽해. 그게 삶이니까!!! 도저히 내 삶은 여행 같이 마냥 즐길 수 없고, 여행이 살아보는 거라면 난 그 여행 굳이 돈 주고 안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