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여성으로 유럽에 살기
유럽에서 아시아+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정말 서벌턴(Subaltern. 탈식민주의 학자 가야트리 스피박의 개념으로, 제 3세계 여성을 일컫는 말) 체험이다. 대낮에, 대사관들이 모여있는 좋은 동네에서는 물론이고 밤에 바들이 모여있는 동네에서까지 나의 서벌턴 체험은 빈부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차이니즈~ 거리면서 성희롱은 지칠 대로 지치도록 당해왔다. 그나마 외국인 남자 친구들이랑 가면 덜하기는 하는데, 그래도 그러는 인간들은 잠시의 틈을 타서 그러더라. 오늘 이야기 하고 싶은 건 악의가 없는 사람들의 순수한 인종차별.
거의 1년 가까이 출석중인 현지 교회가 있는데 그 교회 장로 할아버지께서 나를 참 아껴주신다. 근데 제발 그만 아껴주셨으면. 매일 나만 보면 두 손을 합장하고 허리 숙여 인사하신다. '아시아에서는 이렇게 인사하지?' 하며 아주 뿌듯한 표정으로. 날 볼 때면 알고 계신 온갖 아시아 관련 상식을 뽐내신다. '어제 길을 가다가 한국인을 만났어'라든지, '일본에 제일 먼저 도착한 유럽인이 포르투갈 사람이란 거 아니?' 등등. 정작 내가 리스본에서 뭘 하고 사는 지는 모르신다. 1년 내내 모르신다.
친구가 쌀로 된 두유가 맛있다며 내게 추천해주면서 '너 쌀 좋아하잖아!'라고 해맑게 웃는 것 정도는 애교다. 하하 내가 밀가루 맛 우유 발견하면 너 사줄게. 너네 맨날 빵만 먹는걸보니, 밀가루 좋아하잖아?? 하하하
아시아에서 왔다고 하면 당연히 불교이거나 요가를 잘 하거나 베지테이란 음식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엄청 많다. 뜬금없이 '내 친구 중에 불교 신자 있어!'라고 말하며 친근함을 표시. 내가 기독교라니까 주인 아줌마는 내가 브라질로 교환학생 갔을 때 기독교를 접했다고 생각했다. '아니요 브라질 가기 전부터 다녔어요'. '한국에도 개신교 교회가 있니?' 네... 유럽인들이 옛날에 처들어와서 전파시키고 가서 한국에 지금 교회가 엄청 지나치게 많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