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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스러미 Oct 27. 2024

우울증 공존 프로젝트

02. 배달의 민족

식구들이 모두 나갔다. 오늘밤은 완전히 혼자다.

오예! 신난다! 이게 얼마 만에 가져보는 혼자만의 시간이냐.

일단 맥주를 한 캔 열었다. 점점 취기가 오르고 나는 큰 일탈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그 매운 치킨을 시키는 것!

그 별것 아닌 배달에 나는 가련하게도 도파민을 느끼고 말았다. 매운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역시 캡사이신이 스트레스를 날린다며 중얼거리다 깨달았다.

결혼 후 나 혼자만 좋아하는 메뉴를 나만을 위해 배달시킨 게 처음인 것이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사치를 하는 것이 이토록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나를 위한 선물이 꼭 명품가방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그것을 내가 나를 위해 챙겨주는 것.

앞으론 좀 더 자주 작고 귀여운 나만의 도파민을 찾아봐야겠다.

그나저나 매운 치킨으로 겨우 쫓아낸 우울이는 아랫배에 두둑이 붙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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