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닝에도 나의 색을 묻혀두기
첫해에는 모르겠지만 텃밭 정원을 가꾸고 한해, 두해 지나다 보면 씨앗이 꽤 많아진다. 더러는 새로운 씨앗을 구입하겠지만 다른 이로부터 나눔을 받거나 일 년 동안 가꾼 식물에게서 직접 얻기도 한다. 특히 채종에 재미를 붙이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보관해야 할 씨앗의 종류와 양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해바라기 하나만 하더라도 해바라기 한 송이에서 한 바가지의 씨앗을 얻을 수 있다.
씨앗은 보통 장기 보관을 위해 잘 말려둔 뒤 지퍼백 등에 보관하여 냉동 보관한다. 그래야 발아율이 유지되고 보관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자신만의 방법을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물론 그에 대한 책임은 그 방법을 선택한 자신에게 있다) 올해 채종한 씨앗 중 양이 많은 것들을 병에 담아 보관하기로 했다. 씨앗을 잘 말린 뒤 병에 담은 뒤 해가 직접적으로 내리쬐지 않는 선반에 가지런히 올려 두었다. 내년에 바로 심을 씨앗들.
공교롭게도 최근에 동일한 병 음료를 매일 한 개씩 마셔서 동일한 사이즈의 병이 꽤 모였다. 병들 역시 깨끗이 씻은 뒤 마스킹 테이프로 라벨링을 한 뒤 씨앗을 담아 보았다. 뭐, 이건 발아되지 않아도 내 책임.
그래도 가지런히 자리 잡은 병들을 보니 기분이 왠지 좋아진다. 그냥 내 취향을 조금 묻혔을 뿐인데 말이다. 가끔은 100% 맞지 않더라도 자신을 위해서, 사소한 부분이지만 자신만의 기분이 좋아지는 방법으로 무언가를 해도 꽤 괜찮은 것 같다. 결과가 아니라 그렇게 했다는 그 행위 자체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