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타이밍'이 맞다

TED로 배워보는 '타이밍(Timing)의 중요성'

by 코지오

"인생은 타이밍이다."



우리가 살면서 한 번씩은 들어본 말이다.


일은 순서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춰 진행해야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것도, 상사에게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도, 어떠한 사업 아이템을 활용하는 것도 시기가 맞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애써 노력한 것이 수포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의 인생은 촘촘한 톱니바퀴로 굴러가는 것 같다. 정확히 홈에 맞아야만 두 개의 톱니가 서로 힘을 전달하며 굴러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직 순서가 오지 않았는데 억지로 홈을 맞추려고 하면 톱니는 뒤틀리면서 망가진다. 타이밍이 좋지 않으면 망하는 순간들이 많은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아이디어랩(Idealab) 창립자이자 아이디어 관련 비즈니스 전문가인 빌 그로스(Bill Gross)는 '타이밍'이야말로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끝내주는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이 있더라도, 짱짱한 자금력과 훌륭한 인적자원이 받쳐준다고 하더라도 정작 '시장에서 선호하는 타이밍'을 놓치면 소용없다는 것이다.


숙박 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Airbnb)'와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Uber)' 등 유수의 기업들이 성공한 것도 정확한 타이밍에 론칭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시장에서 '공유 경제'라는 것이 화두가 되기 시작할 때쯤 해당 서비스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웹에서 '비디오 콘텐츠'에 대한 열망이 높아질 무렵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 유튜브다. 텍스트가 주지 못하는 시각적 사실감을 영상이 제공하니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언급한 기업들이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빵빵 터진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조그마한 스타트업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자리를 잡는 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시기적절할 때 나타난 덕분에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생각해보자. 만약에 유튜브가 영상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전혀 없는 시기에 나타났다면 어땠을까? 심금을 울리는 브랜드 스토리텔링으로 사람들을 설득해서 '없던 욕구'도 일으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배가 부를 대로 부른 사람한테 미슐랭 3 스타 출신 셰프의 요리는 속만 뒤집어 놓을 음식일 뿐이다. 적당히 허기가 진 사람에겐 산해진미 일지 모르지만 아무런 욕구가 없는 사람 앞에서 스테이크 불쇼로 유혹해도 그것은 의미 없는 노동일뿐이다.


이런 것을 보면 타이밍은 너무나도 중요한 요소이다. 비단 사업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서 그렇다. 한국인의 주식 '김치'가 그렇지 않던가. 적절할 때에 꺼내 먹어야 아삭하고 풍미가 좋은 김치를 먹을 수 있다. 타이밍을 놓쳐 너무 오래 묵혀둔다면 쉰 냄새가 진동하고 흐물거리는 김치를 맛봐야 한다(물론 완전 푹 익은 김치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논외로 치자).


무엇이든 '적당한 때'라는 것이 있다. 나 또한 타이밍을 놓쳐서 안타까운 경험을 하기도 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바야흐로 6년 전, 둘도 없는 친한 친구가 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는데 얼마나 죽이 잘 맞았는지 속된 말로 '아'를 하면 '어'를 당연히 말하는 친구였다. 나와 그 친구는 마음에 맞는 친구들을 더 모으며 하나의 모임을 만들었다. 주기적으로 만나 맛있는 것도 먹고 여행도 다니면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갔다.


난 이 친구와 영원할 줄 알았다. 왜냐하면 늘 서로 배려하고 아껴주는 덕분에 서로에 대한 우정이 나날이 돈독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평화로운 관계도 서서히 내리막 길을 걷게 되었다. 폭풍이 오기 전에는 고요하다는 '폭풍전야'. 이 말에 딱 부합하는 상황이었다.


나보다 먼저 취업한 친구는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었다. 그동안 돈이 없어 사지 못했던 물건들도 거리낌 없이 구매했고 친구들끼리 만나 밥이라도 먹으면 자기가 계산도 척척했다. 여기까진 참 고마웠다. 근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는데 친구 녀석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고 만 것이다.



아직도 취업이나 준비하고 앉아 있으니
돈이 없지요 돈이.
돈도 없는 주제에 무슨 술이고 밥이고...



이 말이 꽤나 강렬했나 보다. 6년이 지나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걸 보니 말이다. 넉살 좋은 사람들은 허허하며 웃어넘길 수도 있으나 나와 내 친구들은 그렇지 못했다. 자격지심이었을까. 아니면 도를 지나친 말에 상처를 받은 것이었을까.


그 뒤로 나와 내 친구들은 그와 연락을 끊었다. 믿었던 친구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린 우리들의 관계는 다시 0으로 돌아왔고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당시의 분노와 속상함은 어느새 온데간데없고 나이 앞자리 숫자가 바뀌어 서른 살이 되었다. 먹고 사느냐고 바쁘다 보니 과거의 추억은 그저 추억으로 기억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 친구와 정면으로 마주치게 되었다.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약간 세월을 머금어 성숙해진 내 친구의 얼굴. 기분이 묘했다. 그 친구도 약간 얼어붙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우리 둘은 멀뚱멀뚱 서 있었다.


둘 중에 누가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건네었어야 했다. 그리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지난 과거에 대한 오해를 풀었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넋 놓고 바라보다 결국 각자의 길로 걸어갔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 타이밍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망설임'이라는 감정에 족쇄처럼 갇혀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기분이 묘했다. 평소에 외향적인 성격 덕분에 모르는 사람한테도 잘 다가가고 말도 거는 내가 그 날은 그렇게 행동하지 못했다. 이제 시간도 많이 흘러서 그렇게 밉지도 않은데도 불구하고 왜 그랬을까. 스쳐 지나갔을 때 그 친구의 얼굴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두려움과 후회 그리고 미안함이 동시에 뒤엉켜있는 표정이었다. 짧은 찰나에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 둘은 또 멀어졌다. 길거리에서 다시 마주치지 않는 이상 영원히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 친구의 연락처를 아는 주변인들도 없고 SNS을 아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적절한 시기를 놓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바람에 흩날려 보내고 말았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알맞은 때에 무언가를 행해야 멋진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투었던 친구에게 사과를 건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엄한 자존심 혹은 두려움에 휩싸여 나에게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친구를 놓칠 수 있다. 자존심이나 두려움과 같은 감정이 훌륭한 타이밍을 왜곡시킬 수 있다. 따라서 늘 경계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 주변에서 하는 일마다 잘 풀리고 기회를 잡는 사람들이나 기업들은 타이밍을 잘 잡고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은 내가 당장 움직여야 한다고 판단했을 때 불필요한 감정 소모 없이 빠르게 움직였을 뿐이다. 이것을 '타이밍'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앞서 언급한 세계에서 뛰어난 기업들이 성공한 이유도 남들이 너무 과하게 신중하고 고민할 때 조금 더 빠르게 움직였다. 그 민첩한 움직임이 좋은 타이밍으로 치환되어 그들에게 기회를 가져다준 것이었다. 그것이 발전이고 확장이며 결국 성공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좀 더 먼저 다가가서 오해를 푸는 것이 '관계 회복을 위한 좋은 타이밍'이다.


나는 그 친구와의 관계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반 발자국 다가가며 움직이는 배려가
사람 관계에서 훌륭한 '타이밍'이라는 것을







<빌 그로스(Bill Gross)의 강연보기>

https://www.ted.com/talks/bill_gross_the_single_biggest_reason_why_start_ups_succ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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