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로 배워보는 알아차림(Mindfulness)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나쁜 습관이 있다. 손톱을 물어뜯거나 화가 나면 막말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을 하거나 등. 정말 그 종류도 다양하다. 나의 지인 중 한 명은 일이 뜻대로 안 풀리면 커피를 하루에 열댓 잔도 마시는 사람이 있었다. 결국 카페인 중독으로 인한 심한 위염으로 대학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그 뒤론 현실과 타협하여 하루에 넉 잔을 마신다.)
참 아이러니하다. 머리로는 나쁘다는 것을 알겠는데 우리의 몸은 청개구리의 할아버지라도 되는지 지독하리 만큼 정 반대로 행동한다. "오늘은 기필코 야식을 안 먹을 테다." 해놓고 출근하면서 나도 모르게 배달앱을 구경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할 거야."라고 결심해도 결국 몇 분도 지나지 않아 까먹는다. 어디가 문제길래 우리는 이렇게 안 좋은 습관을 일삼는 것일까?
매사추세츠대 의과대학 마음 챙김 센터장인 저드슨 브루어(Judson Brewer)는 우리의 나쁜 습관을 줄이기 위해선 그 습관을 행할 때 '호기심을 가지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관찰해야 한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으면 손톱을 물어뜯으려는 그 순간을 '의식적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1) "어? 내가 또 손톱을 물어뜯네."
라고 느끼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2) "음... 계속 질겅질겅 씹으니 치아도 안 좋은 것 같고... 손톱도 보기 흉하게 변하네."
를 알게 되면 우리의 뇌는
3) "손톱을 물어뜯으면 치아 건강에도 나쁘고 손톱도 보기 흉하게 만든다. 하지 말아야겠다."
로 세팅값이 변한다.
물론 의식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변하진 않는다. 그러나 손톱을 물어뜯으려는 순간 계속해서 이와 같은 과정을 인지하고 머릿속에 집어넣으려고 하면 어느 순간 손톱 뜯는 버릇은 멈춰진다. 왜냐하면 우리 뇌는 어떠한 행동을 했을 때 얻는 결과가 부정적이라고 판단되면 더 이상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악습관의 굴레를 끊어버리기 위해선 이처럼 '알아차림'이 자발적으로 발동되어야 한다. 나쁜 습관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 이득을 가져다주지 않다는 것을 뇌에 지속적으로 입력해야 교정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대부분의 안 좋은 습관들은 이미 루틴화가 되어서 우리도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 반사적으로 나온다. 다리를 떨거나 관절을 뚝뚝 꺾어 소리를 내는 습관들 모두 그렇지 않던가. "내가 했나?"라는 생각도 들기 전에 이미 몸과 마음은 저절로 움직여서 뇌 속에 프로그래밍화된 언행을 서슴없이 '해버린다'.
왜 이러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특정한 행동을 했을 때 뇌에서 '막상 해보니 괜찮은데?'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단 음식을 자주 먹으면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은 지나가는 4살짜리 꼬마 아이도 알고 있다. 그러나 생크림 듬뿍 담겨있는 도너츠나 꾸덕꾸덕한 마카롱을 한입 베어 물어 목구멍으로 넘기는 순간 알 수 없는 뿌듯함과 행복함이 느껴진다. 우리에게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오호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단 거를 먹으니 괜찮구나? 다음번에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 음식을 찾아야겠다"라는 신호로 뇌에 입력된다. 그래서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과거에 경험했던 뇌의 '긍정적인 경험' 때문에 단 음식을 찾는 나쁜 습관이 생기는 것이다.
즉, 습관의 형성 과정은
인 셈이다.
나에게도 나쁜 습관이 하나 있었다.
바로 빨리 먹는 식습관이다.
9첩 반상이든 10첩 반상이든 100첩 반상이든 나는 남들보다 밥을 빨리 먹는 편이었다. 보통 한 끼에 10분 채 안 되는 시간으로 후딱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어른들하고 있을 때는 그나마 눈치가 보여 덜 했지만 친구들이나 가족끼리 먹거나 혼자 식사를 하면 너무 빨리 먹어서 탈이었다.
꼭꼭 씹지도 않고 그냥 넘기니 자주 체하기도 했다. 체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속이 아픈 것은 물론 심한 경우 깨질 듯한 두통으로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런데도 맨날 말로는 "아 천천히 먹어야지"라고 할 뿐 막상 밥을 먹으면 또다시 급하게 먹는 일이 되풀이됐다. 나도 모르게 허겁지겁 먹는 것이 맛있는 음식을 더 많이 먹을 수 있고 시간을 벌어준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오호 빨리 먹으니까 남들보다 맛있는 것도 더 양껏 먹을 수 있고 시간도 아낄 수 있네?"
라는 코드가 내 머릿속에 인식되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서 방법을 찾던 중 우연히 저드슨 브루어의 강연을 보고 나도 '알아차림'이라는 것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탓인지 내가 빨리 먹고 있다는 것을 인지도 하기 전에 이미 밥그릇은 비워져 있었다. 처음에 어이가 없어서 혼자 웃었던 기억도 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최대한 내 행동을 의식하려고 노력했다. 기필코 이 나쁜 습관을 고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빨리 먹을 때 과연 어떤 느낌인지 세밀하게 느껴보려고 했다. 그렇게 한 달을 지켜보니 음식을 허겁지겁 먹을 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부모님이 해주신 정성 가득한 반찬 맛도 음미하지 못했고, 다 먹은 나를 뻘쭘하게 쳐다보는 친구들이 있었으며, 소화 불량으로 위장이 혹사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전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던 것들이 '의식적으로 관찰'하기 시작하니 그 느낌이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이런 경험들은 '불쾌한 경험'으로 치환됐다.
반찬 맛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니 인간의 즐거움이라는 식(食)도 품위 있게 누리지 못하는 것 같았고
나 때문에 오히려 급하게 먹으려는 친구들에게 미안했으며
자꾸 체해서 아파하는 내 모습을 보니 한심하다는 감정마저 들었다
이렇게 한 번 부정적인 인식이 불 피우는 순간 더 이상 음식을 급하게 먹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먹고 있는 나 자신에게 정나미가 떨어졌달까. 반성하게 됐다.
끊임없는 의식적인 관찰로 인식에 변화가 생기니 그 뒤로 새로운 습관이 생기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스스로 밥 먹는 행동 하나하나를 신경 쓰면서 조심하고 있는 것이다. 또 급하게 먹는 건 아닌지, 음식 맛을 음미하지는 않는지, 다른 사람들과 먹는 속도를 적절하게 맞추고 있는지 등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밥 먹는 속도가 느려졌다.
답답하기는커녕 오히려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고 여유롭게 즐기니 앞사람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천천히 먹으니 속이 편안했고 속이 편안하니 삶도 편안했다. 삶이 편안하니 스트레스가 없었고 스트레스가 없으니 행복함이 가득했다.
이렇게 좋은 것을 여태 모르고 살았던 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진다. 고개를 푹 숙이고 밥만 먹어댔으면 이러한 아름다운 경험들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전에도 내 삶이 그렇게 불행하진 않았지만 식습관 하나 고치니 기존의 삶에서 행복감이 +30 정도 된 기분이다. 덕분에 10분 채 안 되던 식사 시간이 어느새 30~40분으로 늘어났다.
앞에서 습관의 형성 과정을 언급했다.
어떠한 행동 -> 결과 -> (긍정적) 경험 = 습관으로 고착화
나는 이것을
느긋하게 밥 먹는 것 -> 여유, 맛 음미, 속 편함 -> 행복함 = 천천히 먹는 식습관
의 과정으로 겪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1) '어떠한 행동'이라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스스로 인지할 수 있어야 하며
2) '나쁜 행동'이라면 부정적인 경험으로, '좋은 행동'이라면 긍정적인 경험으로 이끌어 내야 나쁜 습관, 좋은 습관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
이다.
저드슨 브루어가 말한 대로 나쁜 습관을 하는 순간 '호기심을 가지고 어떠한 느낌'이 나는지 의식적으로 관찰했다. 그리고 그 관찰로 느꼈던 습관으로부터 얻은 부정적인 경험들은 나의 악습관을 근절하게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알아차림'이라는 것은 그 뿌리가 명상으로부터 나왔다.
알아차림은 예로부터 불교에서는 '위빠사나 명상', 서양에서는 '마음 돌봄(Mindfulness)'라고 하는데 나의 생각과 감정을 순간순간 의식하여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바라보는 이유는 내 몸 안팎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의식하고 관찰함으로써 깨달음을 얻기 위함이다.
"어? 지금 내가 화를 내고 있네. 다른 사람에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음... 왜 내가 지금 불안해하고 있지? 아하... 과거에 있었던 일 때문이구나. 근데 뭐 이미 지나간 일인걸."
"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걱정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인데? 굳이 왜 사서 걱정을 해. 나도 참!"
이렇게 관찰하다 보면 부정적인 것은 제하고 긍정적인 것은 더하는 성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위에서 말한 나쁜 습관이라는 것도 결국 부정적인 행동을 인지하여, 그 행동으로부터 얻는 깨달음을 바탕으로 악습관을 제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나 스스로를 의식적으로 알아차리려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 그 결과 정작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고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를 평생에 걸쳐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깊은 성찰이 없으니 남들에게 피해를 줘도 미안함을 모르고 나에게 해를 주는 습관으로 자기 인생을 허비하고 있다는 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본질은 간단하다.
나 자신을 바라보며 삶을 교정하는 '알아차림' 습관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나쁜 것은 되도록 멀리, 좋은 것은 더 가까이하여 내 삶을 살 찌우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삶은 더욱 행복으로 넘쳐날 것이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모든 언행은 나로부터 출발한다. 따라서 내가 올바르고 맑은 영혼을 가져야 언행도 그 결이 묻어 나와 선한 영향력을 행할 수 있다.
오늘도 나는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나 스스로를 바라본다.
<저드슨 브루어(Judson Brewer)의 강연보기>
https://www.ted.com/talks/judson_brewer_a_simple_way_to_break_a_bad_hab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