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 롯데아울렛 타임빌라스점 2층에 약국이 하나 있다. 평온한 곳에 터를 잡은 약국에는 형형색색의 의약품들이 정갈하게 전시되어 있다. 약 하나하나 섬세하게 적힌 증상과 성분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반듯하게 다림질된 약사 가운을 입은 변종석 약사가 부드러운 미소로 우리를 반겼다. 입동으로 접어드는 11월의 첫날. 변종석 약사와 나눈 인터뷰를 문장으로 옮겨본다.
참약사 참바른 약국의 국장, 변종석 약사. ⓒ다
SS_약사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종석_네 안녕하세요. 저는 참약사 참바른 약국의 변종석 약사입니다. 현재 의왕 롯데아울렛에서 약국을 운영 중입니다.
SS_원래 약사가 꿈이셨나요?
종석_실은 수학이나 과학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수능 점수에 맞춰서 한약학과를 갔어요. 그러다가 군대에 가게 됐죠. 전공 특성을 살려서 ‘약제병’으로 근무했는데요. 누군가에게 약에 대해 조언하는 업무가 적성에 맞는 거예요. 상병쯤 되었을 때, 의약 공부를 깊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대하고 약학대학 입문 자격시험인 PEET를 준비했습니다.
SS_정말 어려운 시험이라고 알고 있어요. 토익부터 생물, 화학 등 공부할 양이 많지 않나요?
종석_맞아요. 의약은 과학 과목에 기반을 둬요. 화학과 생물은 기본이고 물리까지 알아야 하죠. 해보니까 2년 이상은 못 하겠더라고요(웃음). 확실하게 공부해서 단기간에 끝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1년 동안 최선을 다했어요. 감사하게도 원하던 약학대학에 합격했답니다.
SS_그럼 일반 대학하고 약학대학을 모두 경험하신 건데, 두 대학 생활에 차이가 있던가요?
종석_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덜하다는 것이었어요. 약학대학생들은 보통 진로가 정해져 있으니까요. 대신 어느 분야의 약사가 될 것인지는 고민했죠.
SS_약사의 근무처도 병원, 제약 회사, 약국 등 다양한데, 약국을 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종석_저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관계를 맺는 일을 좋아해요. 찾아보니 저의 성향에는 약국이 맞겠더라고요. 마침 야구 동아리에서 약국에서 근무하시는 선배님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분들의 조언이 진로를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약국에서 실습을 해봤는데, 재미있었어요. 저한테 의약 상담을 받으시고 만족해하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꼈어요. 의욕도 생기고요. 병원이나 제약 회사에서도 실습을 해봤지만, 역시 약국이 저랑 가장 잘 맞았어요(웃음).
SS_ 정식 약사로 처음 근무하셨을 때 느낌이 남다르셨을 것 같아요.
종석_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정식 약사가 되니까 책임감이 무거워지더라고요. 제가 해드리는 복약 상담이 누군가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 이런 생각이 드니까 약학대학생 시절일 때보다 의약 공부에 더 매진하게 됐어요. 하나를 알더라도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요. 이것이 약사가 지녀야 할 신념이기도 하죠.
SS_그 신념이 약사님의 철학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종석_그렇습니다. 저는 약사의 역할을 '초이스 메이커(Choice-Maker)'라고 정의해요. 초이스 메이커는 상대방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에요. 그러려면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줄 알아야 하고, 아는 것도 많아야 하죠. 제가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는 이유예요.
SS_제가 얼마 전 약사님께 영양 상담을 받았죠. 그때 정말 감동했어요. 제가 A를 말하면 약사님은 B, C, D, E까지 설명해주시면서, 어떤 것을 먼저 선택해야 건강에 좋은지 알려주셨잖아요.
종석_쑥스럽네요(웃음).사람마다 체질이 다 달라요.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이 다르고, 아픔의 정도가 다르죠. 예를 들어서, 속 쓰림의 원인은 위염이나 스트레스 등 다양해요. 누군가는 속이 끓는다고 하고, 누군가는 더부룩하다고 하죠. 약사는 고객의 상태와 고객이 전하는 말에 숨겨진 뉘앙스를 잡아내야 합니다. 그래야 적확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요. 전부를 100% 아는 것은 어렵겠지만, 근접하게 알아야 해요.
변종석 약사의 상담은 경청에서 시작된다. ⓒ다
SS_말씀을 들어보니, 약사는 의약 지식만 공부해서는 안 될 것 같네요.
종석_저는 양의학, 한의학, 영양학까지 살펴봐요. 의약의 개념은 하나로 독립할 수 없어요. 여러 분야와 촘촘하게 엮여 있죠. 특정 의약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관련된 전공 개념들을 습득해야 합니다. 의학 지식을 알면, 고객의 상태를 보고 알맞은 진료과를 추천해드릴 수 있어요. 식단이나 생활 습관 상담에도 도움이 되고요.
SS_약국 운영으로 바쁘실 텐데, 공부까지 따로 하시려면 힘들지 않으세요?
종석_공부는 약사의 숙명입니다(웃음). 약국이 잠시 한가할 때나, 쉬는 날에 틈틈이 해요. 전공 서적을 탐구하고, 학회 논문을 살펴보고, 선배 약사님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과정이 즐거워요. 무엇보다 제가 조금씩 성장하는 게 느껴지니까, 책을 더 가까이하게 되는 듯해요.
SS_혹시 약사님의 조언을 거부하시는 분들도 있나요?
종석_간혹 있어요. 본인이 아는 정보만 신뢰하고, 제 말은 믿지 않으시는 거죠. 어떤 분들은 저의 조언을 상술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저는 정말 건강한 선택으로 행복한 삶을 누리셨으면 하는 바람이거든요. 그 마음을 몰라주실 때 마음이 무거워요.
SS_그럴 때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셨나요?
종석_예전에는 거절이 두려워서 상담을 소극적으로 했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럴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저의 정체성은 전문적인 복약 상담이에요. 저를 찾아오는 분들도 그걸 좋아하시는 분들이고요.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고 봐요(웃음). 개국한 뒤로는 저만의 정체성을 더 지켜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지금은 한 분 한 분 자세히 상담해드리려고 노력해요.
SS_참바른 약국만의 특별함이 궁금합니다.
종석_저희는 문자 서비스를 제공해요. 영양 상담을 받은 분들에게 주기적으로 건강 상태를 여쭤보고, 반려동물 심장사상충 약을 구매하신 분들에게 복용 시기를 알려드려요. 그리고 단골분들을 저희 전산 프로그램에 등록해서, 그분들의 약 구매 이력과 상담 일지를 기록해요. 그렇게 하면, 다음에 방문하실 때 일관된 복약 상담을 해드릴 수 있어요.
SS_문자 서비스를 하는 약국이라니, 신기하네요. 약사님의 철학에 기반한 것일까요?
종석_네 맞아요. 국장이 되어보니 해야 할 일이 많더라고요(웃음). 특히 다른 약국과 차별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고민을 거듭하던 중 문득, 문자 서비스가 떠올랐어요. 제 철학과 어울려서 바로 사용했어요. 초이스 메이커는 멀리서도 도움을 주는 사람이니까요.
SS_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종석_의약 분야에서 최고의 초이스 메이커가 되는 것이 저의 꿈이에요. 전문성을 크게 키워서, 나중에는 약사분들에게 강의도 해보고 싶어요. 제가 배우고 경험한 것을 그분들에게 아낌없이 전할 거랍니다. 저는 그분들 역시 저의 강의로 좋은 선택을 하셔서, 멋진 약사로, 멋진 초이스 메이커로 성장하기를 바라요. 30~40년 경력의 선배님들에 비하면 전 한참 부족해요. 갈 길이 멀죠. 그래도 부지런히 수련하면 이룰 수 있다고 믿어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약사의 본분을 지켜가도록 하겠습니다.
참약사 참바른 약국은 새하얀 바탕에 푸른색으로 포인트를 준 공간이다. 두 색의 조합이 변종석 약사의 성향을 대변하는 것 같다. 흰색은 순수함이다. 푸름은 바름이다. 순수하고 바른 마음으로 그는 늘 고객을 위한다. 건강한 정보를 전하기 위해 늦은 밤까지 책을 놓지 않는다. 그가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이다. 그를 찾는 사람들이 건강해지는 것이다. 변종석 약사는 그 바람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참약사 참바른 약국에는, 믿음직한 초이스 메이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