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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오 Oct 18. 2021

옷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클래식 남성복 브랜드, 사르톨로지


사르톨로지의 배다솔 대표. ⓒ다


사르톨로지는 어떤 브랜드인가.

사르톨로지는 맞춤을 기반으로 한 클래식 남성복 브랜드이다. 셔츠, 자켓, 팬츠를 주력으로 만들고 있다. 상담을 통해 고객의 취향과 신체 사이즈를 확인하고 그와 어울리는 사르톨로지의 실루엣을 제안한다.


사르톨로지의 실루엣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여유로운 옷 태를 말한다. 나는 품이 풍성해서 체형을 자연스럽게 보정하는 옷을 좋아한다. 그런 옷이 보기에도 편하고 입기에도 편하다. 인위적으로 멋을 낸 느낌은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르톨로지의 옷은 일반적인 클래식 브랜드의 옷보다 사이즈가 조금 크다. 그렇다고 펑퍼짐한 옷은 아니다. 여유로운데 입으면 깔끔하게 떨어진다. 패턴에 신경을 많이 썼다.


내가 그간 경험했던 셔츠나 자켓은 허리가 잘록하고, 어깨가 타이트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바지도 통이 좁아서 오래 입으면 불편했다. 겉으로 봤을 때는 멋있지만 착용감은 반대였다.

나 역시 그 점을 피하려고 노력했다. 2010년대 초에 영화 '007 카지노 로얄'을 우연히 보았다. 그때 제임스 본드에 흥미를 느껴 007 시리즈를 전부 챙겨보았다. 그 과정에서 60~70년대의 본드를 알게 되었다. 그의 우아한 수트 실루엣은 매혹적이었다. 볼륨감이 커서 수려하게 감사는 핏은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다. 슬림하게 딱 붙는 옷에 비해 자연스럽다. 나는 그 자연스러운 멋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나는 그것이 클래식 복식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실루엣을 재해석하여 사르톨로지에 적용했다.



'자연스러운 멋'이 사르톨로지의 철학이라고 보면 될까.

그렇게 봐주면 고맙겠다(웃음). 단어 뜻 그대로 'Classic'은 고전적이라는 뜻이다. 변함이 없다는 것인데, 사실은 클래식도 변한다. 특히 클래식 복식 시장이 그렇다. 시기에 따라 유행하는 실루엣과 옷 종류가 있다. 나는 유행에 상관없이 입을 수 있는 사르톨로지의 옷을 만들고자 한다. 그게 진정한 클래식이지 않나. 자연스럽고 말이다. 옷의 실루엣도 옷이 가진 실용성도 자연스럽게 오래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색이 강한 브랜드이다. 그 색과 맞지 않은 고객도 있었을 것 같다.

초기 2년 차까지 나는 다른 맞춤복 브랜드처럼 고객의 요구사항을 전부 수용했었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였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만 옷을 만드니 내가 하고자 했던 클래식 복식의 느낌이 없는 것이었다. 요구 사항이 많을 경우, 작업장과 중간에서 이견을 조율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승부수를 던졌다. 나의 본 취지에 맞게 '여유 있고 편한 실루엣'을 고수하기로 했다. 이 실루엣은 고정이다. 다른 부분은 맞춤에 제한을 뒀다.


제한을 뒀다는 말은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적다는 것인가.

체형에 맞게 바지 기장, 밑단 폭, 품 너비, 소매 길이, 총장 정도 조율하는 것이다. 여기에 손바느질이 더 들어간 옷과 그렇지 않은 옷으로 구분하거나, 셔츠의 칼라 모양을 제한적으로 변경한다. 만약 사르톨로지의 느낌이 어색한 분들은, 기존에 자주 입는 옷 사이즈와 사르톨로지의 사이즈 중간 수준으로 맞춰드린다. 사르톨로지의 색은 지키면서 고객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완전한 맞춤은 아니라고 볼 수 있겠다.

재단사가 상주하는 맞춤 정장 브랜드와는 다르다. 우리는 내가 만든 패턴에서 실루엣 몇 가지를 조정한다. 셔츠는 처음부터 끝까지 맞추지만 자켓과 바지는 만들어진 자체 패턴에서 일부 수정되어 재단과 제작이 진행된다. 원단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영국 원단, 이탈리아 원단, 국내 원단 등 여러 종류의 원단을 준비했다. 맞춤이어도 브랜드의 색이 있어야 한다. 나는 고객에게 잘 맞춰진 사르톨로지의 실루엣을 만든다. 고객의 개성은 살리되, 사르톨로지의 정체성은 잃지 않으려고 한다.


미싱기에서 사르톨로지의 옷들이 탄생했다. 그 옷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주인의 가치를 드높인다. ⓒ다


맞춤복을 시도했는데 실패를 맛본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맞춤의 묘미는 내 몸에 잘 맞는 옷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지만, 단점은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 옷이 제대로 된 옷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기성복이 이 부분에서 우위에 있다. 이미 만들어진 것을 입어보면서 나와 어울리는지 바로 판단할 수 있다. 나는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실험을 많이 했다. 여러 옷을 뜯어보고 재단하기를 반복하면서 사르톨로지의 패턴을 구축했다. 패턴이 확실하면 샘플도 확실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럼 고객도 샘플을 입어보면서 내 옷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예측할 수 있다. 이는 맞춤 경험의 실패를 줄인다.


운영하는 블로그 이름이 독특하다. '옷환자 이야기'던데.

말 그대로 나는 옷환자이다(웃음). 그만큼 옷을 좋아한다. 사소한 부분도 집념으로 들여다보면서 연구한다. 이런 나의 특징을 무슨 말로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옷환자란 단어가 떠올랐다. 블로그를 보면 나의 옷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사르톨로지의 이야기도 있지만, 내가 옷을 대하는 태도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옷을 만드는 과정이나, 특정 원단을 사용하게 된 계기, 클래식 복식에 대한 관점 등 배다솔이란 사람의 옷 이야기를 쓴다.



읽으면서 한 가지 발견한 것이 있다. 상업적인 말이 없다는 것이다. 광고도 하지 않는 것 같던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나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고객이 사르톨로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어 찾아왔으면 한다. 상투적이거나 상업적인 용어로 고객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사람들이 내가 만든 옷을 보고 정말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그런 분들과 같이 대화를 나누면서 옷을 만들고, 그 옷에 서로 만족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나는 내가 기록하는 결과물로 고객과 만나고 싶다.


2014년 전후로 한창 클래식 패션 브랜드가 생겨났었다. 지금은 그 자취를 감춘 곳이 많다.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 이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2010년을 시작으로 한국에 클래식 패션이 유행했다. 그때 정말 많은 맞춤 셔츠 브랜드, 비스포크 브랜드, 편집샵 등이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나는 그 원인이 ‘브랜드다움의 부재’라고 본다. 아카데미에서 남성복을 배우고 바로 개인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클래식 패션 브랜드는 재단 기술만 가지고 운영되지 않는다. 다른 패션 장르도 마찬가지다.


브랜드에는 자기만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어떤 옷을 표현할 것이고, 어떤 브랜드의 색을 더할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고객과 소통할 것인지 등을 깊게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 없이 시장에 뛰어들면 위험할 수 있다. 아카데미 수료자든, 일반 개인이든 조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브랜딩이나 마케팅 등 업에 도움이 되는 여러 분야를 충분히 공부할 것을 추천한다.


끝으로, 나는 잘 준비된 클래식 남성복 브랜드가 많아졌으면 한다. 그런 브랜드가 시장에 참여해야 시장의 규모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 쉽게 생기고 쉽게 망하면 당사자는 물론, 그 시장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인식도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 이는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이다. 진심으로, 나는 좋은 브랜드가 계속 생겨나기를 희망한다.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

사르톨로지에 나의 색을 더 진하게 담는 것이다. 현재 수치로 따지면 75% 정도인 듯하다. 처음보다 많이 올라왔다. 사르톨로지로 맞춤을 하러 오시는 모든 분이, 나를 전적으로 믿고 사르톨로지의 실루엣을 즐기는 날을 꿈꾼다. 100%를 향해 열심히 나아갈 것이다.






사르톨로지 매장에는,


푸른 녹색으로 칠해진 벽면이 있다.

시원한 나무가 보이는 커다란 창문이 있다.

고객을 차분하게 맞이하는 배다솔 대표가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풍성한 실루엣의 옷들이 있다.


사르톨로지의 사물과 사람은 불편하고 어색한 분위기가 없다. 예전부터 그렇게 존재한 듯하다. 꾸밈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사르톨로지는 '자연스러움의 본질'을 조명한다.






'사르톨로지'의 더 깊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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