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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오 Sep 09. 2021

우리와 맞는 브랜드는 어디인가

이야기의 필요성


브랜드 세 곳과 협업했다. 두 달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 이룬 일이다. 완성된 플롯과 인터뷰 글을 보면서 나와 여자 친구는 뿌듯했다. 진심으로 좋아하시는 대표님들의 모습이 우리의 마음을 적셨다. 그분들이 전하는 표정과 말에는 따뜻한 온기가 있었다. 그 온기가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8월 말에 일이 조금씩 풀리는 기운이 돌았다. 조금만 힘을 더 쓰면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역시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와 협업할 것으로 예상했던 브랜드에서 거부 의사를 밝혔다. 꼭 함께 하고 싶었던 브랜드였다. 연락도 여러 번 했었고, 그럴 때마다 꽤 긴 시간 설득했지만 실패했다. 씁쓸함이 맴돌았다. 기대가 컸었나 보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불편한 감정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나는 새벽까지 생각에 빠져 살았다. 도대체 어디가 문제인 걸까. 우리의 태도가 문제인 건가 아니면 우리의 업력이 형편없는 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우리의 결과물이 부족한 건가. 자책 섞인 질문이 꼬리의 꼬리를 물며 이어졌다. 그러다가


'우리와 함께한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의 차이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도달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오늘 아침에 내렸다. 바로, '이야기의 필요성'이다. 대표님들께선 천편일률적인 마케팅과 광고가 난무하는 시장에서 진정한 이야기를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는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다. 그렇기에 그분들은 우리와 함께할 수 있었다.


답을 얻었는데도 후련하지 않았다. 남다른 철학이 있고, 본질에 충실하고, 윤리적이고, 직접 팬이 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굿 브랜드여도. 그들이 이야기에 흥미가 없다면 우리와 같이 할 수 없다는 의미이니까. 어떻게 보면 우리는 초심자의 행운으로 브랜드 이야기에 호의적인 곳들을 만난 셈이다. 안 그랬으면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결과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원점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일기장에 써 내려간 고민을 보고 있자니 속이 답답했다. 이야기에 관심 있는 브랜드는 어디에 있을까. 그들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찾을 수만 있다면 그 뒤의 일은 좀 더 수월할 텐데. 아는 친구는 브랜드 대표의 인터뷰나 소셜 미디어 계정을 유심히 관찰해보라고 조언했다. 나도 해봤지만 생각보다 이 방법은 크게 도움이 안 된다.


한 번은 특정 브랜드 인스타그램을 확인했는데, 그들은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듯했다. 브랜드 대표는 한 언론 매체 인터뷰에서 자신은 스토리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에 글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 브랜드라면 분명 우리와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는 보기 좋기 빗나갔다.


협업 제안을 위해 연락했는데 전화를 받은 담당 직원의 태도가 불쾌했다. 참고 어찌어찌 대표하고도 대화를 나눴지만 그는 보이는 모습과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스토리 텔링은커녕 자극적인 콘텐츠에 혈안이었고, 글 가지고 뭘 할 수 있겠냐며 이죽거렸다. 고상한 어투로 작성된 인터뷰와 홈페이지에 기재된 글들과 사진은 다 무엇인가.



9월 초부터 우리는 이런 일을 겪는 중이다. 난항이다. 이야기를 중심으로 브랜딩을 원하는 굿 브랜드를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뾰족한 수가 당장 보이진 않는다. 안개 자욱한 미로 속에서 우리는 헤매고 있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한다. 여기서 무너지면 영영 미로 속에 갇힐 게 분명하다. 하나씩 생각하며 해결책을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훌륭한 브랜드를 찾아서 그들의 이야기를 쓸 것이다. 꼭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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