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을 두려워하지 말자

기회

by 코지오


작가이자 사업가인 지아 장은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무언가를 부탁하고 거절당할 때 그 순간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순간을 유연하게 대처하면,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지아 장의 생각이다. 아버지에게 보고 싶은 TV 채널을 틀어 달라고 조를 때, 친구에게 학용품을 빌려 달라고 할 때,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볼 때, 팀원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때 등,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부탁을 하고 거절당한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현재도 그러하며 미래에도 그러할 것이다. 거절은 인생의 기본값이다. 거절당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찰나에 재치를 발휘하면 상황의 주도권을 내가 가져갈 수 있다. 거절 속에는 예상치 못한 가능성이 숨겨져 있다.






20살이 되던 해, 나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었다. 성인이 되었으니 내 손으로 돈을 벌고 싶었다. 2010년에는 지금처럼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가 잘 정비되어 있지 않았다. 가게 문에 붙어 있는 모집 종이를 보고 가게 사장한테 직접 연락해서 면접을 봐야 했다. 그때가 1월이었다. 흰 눈이 내리는 어느 날, 나는 옷을 단단히 입고 동네를 두어 바퀴 돌았다. 여러 가게에 구인 공고문이 붙어 있었는데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소득 없이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빵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오고 가는 길에 보기만 했지, 별 관심은 두지 않은 곳이었다. 그날따라 그 빵집이 내가 일해야 할 곳처럼 느껴졌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그런 운명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가게 문 앞을 서성였다. 문에는 아르바이트 모집 글이 붙어 있지 않았다. 여기는 사람을 안 뽑나 보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깔끔했다. 갓 구워 나온 빵들이 사각형 바구니에 열에 맞춰서 진열되어 있었다. 빵에서 피어오르는 고소한 버터향이 일품이었다. 천장에는 투명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달려 있었고 클래식 음악이 배경 음악으로 흘러나왔다. 점장이 환영했다.


-어서 오세요. 마음에 드시는 빵을 고르시고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그의 말을 듣고 나는 잠시 고민했다. 빵을 고르는 척하다가 말을 걸지, 바로 말을 걸지. 나는 심호흡 세 번을 하고 계산대로 직진했다.


-저...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서요. 혹시 아르바이트생 뽑을 계획은 없으신가요?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손님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아르바이트 구직이라니. 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 아르바이트요. 저희가 지금 사람이 필요하지는 않아서요. 보시다시피 안쪽에서 빵을 만드시는 분들은 다 파티쉐분들이라서…홀도 저 혼자면 충분하기도 하고요.


거절을 당했다. 그런데 뭔가 말 끝에서 묘한 뉘앙스가 풍겼다. 조금 더 나를 어필하고 설득하면 대화가 풀릴 것 같았다. 나는 말을 이어받았다.


-그렇군요. 저는 올해 20살이 되었어요.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해보려고 이곳저곳 알아보고 있었거든요. 마침 이 빵집이 저희 집에서 15초 거리예요! 만약 여기서 일하게 되면 오가는 데 불편함 없이 잘 다닐 수 있을 것 같은데...간단한 일이라도 좋아요. 운동을 오래 해서 힘이 좋거든요. 밀가루 나르는 거나, 매장 청소 같은 거 시키시면 잘할 자신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이런 말을 했는지 나 스스로도 신기하다. 그는 내 말을 듣고 밝게 웃었다. 앳된 20살의 패기가 먹힌 것 같았다.


-세상에 이제 20살인 거예요? 부러워요. 나는 학생 나이 때 돌아다니기 바빴는데, 벌써 돈을 벌려고 하다니 기특하네요. 여기서 가까운 곳에 사시는구나. 음... 잠시만요.


그는 제빵실로 들어가서 한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고 보니 그 남자는 그 빵집의 주인이었다. 빵집 주인은 나를 향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점장은 밖으로 나왔다.


-학생, 사장님하고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학생 하고 같이 일하고 싶으시대요. 학생의 당돌함이 좋으신 모양이에요. 내일부터 나올 수 있어요?


그는 집에 가서 먹으라고 봉투에 빵과 음료수를 가득 담아주었다. 그렇게 나는 빵집의 아르바이트생이 되었다. 스스로 기회를 쟁취했다는 기쁨과 스스로 돈을 번다는 뿌듯함이 나를 그 공간에서 최선을 다하게끔 했다. 가게 사람들은 나를 조카처럼 대했다. 나도 그들을 삼촌이라고 생각하며 다가갔다. 그들은 새로 만든 빵이 있으면 항상 나부터 먹게 해 주었고, 내가 포대 자루를 옮기고 있으면 몸 상한다며 홍삼즙도 주곤 했다. 반년 정도 일했는데 정말 값진 시간이었다.






빵집은 현재 없어졌고 그 자리에 카페가 들어섰다. 카페를 지나갈 때마다 옛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에 점장이 거절했다고 해서 뒤돌아섰다면 어땠을까. 나는 거절을 거절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는 거절 속에서 가능성을 엿보았다. 그것에 집중해서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거절을 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심각하지 않았다. 적대적이지도 않았다. 거절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상대방의 태도가 아니었다. 나의 내면에서 만들어진 거짓된 두려움이었다. 거절을 당해도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어갈 수 있음을 나는 11년 전에 배웠다.


우리는 늘 거절당한다. 내가 기대했던 혹은 원했던 답을 듣지 못할 때, 우리의 감정은 이리저리 흔들린다. 심하면 몇 날 며칠 동안 거절의 여파에서 허덕인다. 거절에 무디어져도 거절이 주는 쓰라림은 여전히 아찔하다. 쓰라린 기분은 어찌할 방도가 없다. 어쩌면 무디어진 것이 아니라 무딘 척 넘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좋은 일은 인생에서 손에 꼽힌다. 그러므로 거절 속에서 가능성을 낚아채서 좋은 일의 가짓수를 늘리는 것은 제법 괜찮은 지혜이다. 지아 장의 말이 맞다. 거절을 슬기롭게 대처하면 우리의 인생은 좋은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지아 장(Jia Jang)의 강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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