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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오현 Jan 19. 2022

브랜딩은 기본이 먼저다

내부 결속력


오늘은 브랜딩의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까 한다. 브랜드 대표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목표는 결국 한 곳으로 귀결다는 점을 알았다. 그것은 브랜드의 성장이다. 외적이든 내적이든 자식 같은 브랜드가 성장하기를 원한다. 외적 성장 위한 방법은 다들 고민한다. 투자자를 어떻게 설득할지, 어느 지역으로 사무실을 옮길지, 제품 라인업은 무엇으로 구성할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내적 성장은 그에 비하지 못하는 듯하다.


내적 성장 무엇인가. 그 브랜드에서 활동하는 모든 이들의 결속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 사람들은 창립자, 직원, 협력사, 고객, 기타 관계자들이다. 많은 브랜드가 이것을 놓친다.


예를 들어보자. 작년에 한 스타트업 브랜드와 미팅을 가졌다. 대표의 매너는 훌륭했다. 미팅이 끝나고 대표와 건물 밖으로 나갔는데, 한쪽 구석에서 그 브랜드 직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직원들은 다 핀 담배를 바닥에 버렸고 지나가는 청소부한테, '저기 아줌마, 이것 좀 치워줘요.'라고 말했다. 그들은 무표정했고 그들의 말은 봄날의 따스함이 무색할 만큼 차가웠다. 나는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지하철 역으로 걸어갔다. 뒤에서 대표의 날카로운 말이 귀에 들어왔다. '깨끗하게 치우세요.'. 그 밝고 매너 좋았던 청년은 어디로 갔는가. 청소부 아주머니의 얼굴에는 흐린 구름 빛이 드리웠다.


하나 더 예를 들어보겠다. 친한 후배가 모 뷰티 브랜드에서 면접을 봤다고 말했다. 후배는 그 브랜드를 어찌나 좋아했는지, 그 브랜드의 인스타그램은 물론 유튜브, 트위터, 블로그 등 모든 소셜 미디어를 구독했다. 댓글도 달고 좋아요도 열심히 눌렀으며 신상품이 나오면 바로 구매했다. 진정한 팬이었다. 압박 면접을 했다는데 그가 들었던 질문은 다음과 같다.


경력직이네요? 우리는 돈 많이 줄 수 없어요. 아시잖아요? 여기 업계 돈 짠 거.

우리 직원들이 좀 까탈스러워요. 적응은 제대로 하려나 모르겠네.

이 자리에서 인스타그램 콘텐츠 기획을 해봐요. 우리 브랜드 팬이라면서. 어디 봅시다.


면접관은 시종일관 삐딱한 자세로 거만을 떨었다고 한다. 옆의 다른 면접관들은 계속 울리는 핸드폰 알림에 정신이 팔렸다고 했다. 그 면접 자리는 정말 면접을 위한 자리였을까. 지원자를 향한 배려와 존중을 찾아보기 어렵다. 자기들 딴에는 지원자의 역량을 시험하고자 연출한 분위기였을 지도 모른다. 면접관들은 말에 신중함을 더하지 못했다. 결국 후배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집에 돌아와서 그 브랜드의 제품을 전부 버렸다고 한다. 소셜 미디어 구독도 끊었다. 그 브랜드는 진정한 팬을 잃었다.


이뿐일까. 플랫폼 브랜드의 경우, 플랫폼 협력사들의 고충을 외면하는 곳도 있다. 그 고충으로 사업주가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별 일도 아닌 것을 무시해서 양쪽이 파국으로 치닿는다. 이 예시들을 보고 '설마'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실이다. 브랜딩은 외부로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브랜드의 먼 미래까지 생각한다면 내부를 다듬는 것이 우선이다.


기본부터 똑바로 해야 한다. 만약 브랜드가 상주하는 건물에 청소부와 경비원과 안내원이 있다면, 그분들에게 친절히 안부를 묻는 성숙함을 보이는 것이 먼저다. 그분들이 계시기에 브랜드도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을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들도 브랜드의 고객이다. 플랫폼에서 수수료를 내고 사업하는 협력사와 돈독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늘 고민해야 한다. 이 모든 사람들은 브랜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이들과의 강한 결속력은 브랜드를 성장하게끔 밀어 올리는 원동력이 된다.


요즘 컬쳐덱이 유행한다. 브랜드의 시작부터 끝을 집대성한 그 브랜드만의 백과사전이다. 브랜드의 시작, 문화, 채용, 부서, 목표 등이 촘촘하게 기록된다. 친환경의 시대라서 여기저기서 환경을 생각한다는 뉘앙스의 콘텐츠를 생산한다. 세계관이 주목받으니 브랜드의 가상 세계와 인물을 설정하여 팬들에게 재미를 준다. 그러나 컬쳐덱을 만든다고, 브랜드 플롯을 만든다고, 기업 공개를 준비한다고, 봉사 활동을 한다고, 세계관으로 팬들과 소통을 한다고, CEO 사진 박힌 자서전을 낸다고, MZ세대를 이해한다고 떠든다고 해서 기본이 안 된 브랜드가 더 높게 성장할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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