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앤코는 1837년 미국에서 설립된 명품 주얼리 브랜드이다. 보석 장신구와 향수, 시계를 판매하며 그중에서 다이아몬드 주얼리가 유명하다. 티파니앤코는 다이아몬드 분야에서 여러 업적을 남겼다. 약혼반지의 ‘프롱(다이아몬드를 여러 개의 다리로 떠받치는 세팅법)’을 개발했고, 다이아몬드 1캐럿 당 200mg으로 정의하는데 공헌했으며, 128캐럿 옐로 다이아몬드도 티파니앤코가 처음 선보였다.
티파니앤코는 특히 다이아몬드 채굴 기준을 선진화한 장본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지금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다이아몬드가 채굴되었다. 주로 아프리카 대륙이 그러했는데 노동 착취, 임금체불, 위험한 작업 여건 등으로 다이아몬드 광부들이 목숨을 잃었다.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이면에 누군가의 고통이 얼룩져 있는 것이었다. 티파니앤코는 이를 해결하고자 직접 나섰다. 다이아몬드를 윤리적으로 채굴하여 올바른 방식으로 시장에 유통시키는 것이 그들의 목표이다.
장인 정신은 믿을 수 있는 원석에서 출발한다.
-애니사 카마돌리 코스타(티파니앤코 최고지속가능경영 책임자)-
2003년, 티파니앤코는 킴벌리 프로세스(Kimberley Process)의 회원국이 되었다. 킴벌리 프로세스는 윤리적인 다이아몬드 채굴을 장려하고자 유엔이 만든 인증 제도이다. 이 제도에 가입한 국가는 유엔이 명시한 다이아몬드의 채굴, 관리, 수입수출 기준을 따라야 한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다이아몬드 수출입을 담당하는 공식 당국을 지정한다.
다이아몬드를 수출할 때 다이아몬드 원산지를 표기한 증명서를 첨부한다.
다이아몬드는 전용 도난 방지 컨테이너에 실어서 거래한다.
킴벌리 프로세스 회원국이 아닌 곳과 다이아몬드를 거래하지 않는다.
블러드 아이아몬드 채굴 현장. ⓒtaarifa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라는 말이 있다. 피로 물든 다이아몬드를 의미한다. 아프리카 대륙의 일부 국가에서 비인간적인 다이아몬드 채굴이 만연했다. 시에라리온이 대표적인데, 다이아몬드 광산을 지배하기 위한 내전이 발생했다. 다이아몬드 광산을 차지한 집단은 무고한 사람을 채굴 노동에 동원했다. 대부분 어린아이, 노약자, 부녀자였다. 그들은 쉼 없이 일했지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노동 속도가 떨어지면 폭력, 강간에 시달렸고 끝내 살인을 당하기도 했다. 그렇게 채굴된 다이아몬드는 서방 국가로 수출되었고 서방 국가로부터 벌어들인 돈은 다시 반란군으로 흘러갔다.
시에라리온뿐만 아니라 짐바브웨, 앙골라도 다이아몬드 광부 노동자들의 인권을 유린했다. 노동자들은 맨손으로 다이아몬드 원석을 발굴했다. 그들의 손끝은 피로 젖었다. 이러한 사실이 세계에 알려지자, 각국의 인권 단체는 다이아몬드 매입의 윤리적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은 회원국들과 협의 끝에, 킴벌리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킴벌리 프로세스 출범 이후, 아프리카 분쟁 국가의 다이아몬드 수가 시장에서 줄어들었다. 그러나 킴벌리 프로세스에는 한계가 있다. 킴벌리 프로세스는 분쟁 국가에서 수출되는 다이아몬드는 걸러내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 환경, 임금, 권리까지는 완벽히 보호하지 못한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원석 묶음에는 프로세스가 적용되고, 개별 원석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분쟁 국가의 다이아몬드 원석을 다이아몬드 원석 묶음에 섞어 놓으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석이 아닌, 광택과 절단 가공이 된 다이아몬드 원석도 킴벌리 프로세스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티파니앤코는 킴벌리 프로세스만으로 다이아몬드 채굴 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보다 명확한 지침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다이아몬드를 윤리적으로 채굴하는 데 필요한 환경을 정의했다.
아동 노동을 금한다.
작업장의 안전을 보장한다.
정해진 시간 외에 노동을 강요할 수 없다.
국제 임금 표준에 근거하여 임금을 책정한다.
다이아몬드 판매금은 폭력 자금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티파니앤코는 다섯 가지 중에 하나라도 부족하면 윤리적 다이아몬드로 분류하지 않는다. 나아가, 티파니앤코는 이 조건들을 발전시킬 공식 기구를 창립했다. 그것이 'IRMA(Initiative for Responsible Mining Assuranc-2006)'이다. '책임 있는 채굴을 위한 활동 조직'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광산 기업, 광산 제품 사용자, NGO, 국제 노동조합, 광산업 영향권 내의 지역 사회와 협력해서 만든 결과물이다.
IRMA는 킴벌리 프로세스보다 엄정한 감시 체계를 갖추었다. 티파니앤코가 제시한 다섯 가지 윤리적 다이아몬드의 조건을 충족하는 것은 물론, 다이아몬드 채굴로 인한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고 광산 인근 주민들과 채굴국 정부의 소통을 이끈다. 티파니앤코는 Tiffany & Co – Sustainability Report(2018)과 IRMA 공식 웹사이트에 IRMA의 설립 목적과 채굴 원칙을 공표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IRMA는 광산 채굴 기준을 국제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입 단체는 IRMA의 원칙을 지켜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기구에서 퇴출한다.
원칙 1: 광산 운영자들은 국제 노동 기준을 준수하여 광산 노동자들이 인간으로서 품위 있게 일할 수 있도록 한다.
원칙 2: 광산 운영자들은 작업장의 안전을 엄격히 관리한다. 교육과 정보 공유를 통해 채굴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한다.
원칙 3: 광산 운영자들은 생태학적 혹은 문화적 가치가 있는 지역에서 활동하지 않는다. 해당 지역으로부터 거주민과 동식물이 얻는 이익을 지키기 위함이다.
원칙 4: 광산 운영자들은 공기, 물, 토양 오염을 방지한다. 광산 채굴부터 폐쇄 후 매각까지, 전 과정에서 폐기물 배출을 최소화한다.
원칙 5: 광산 운영자들은 제3자에게 뇌물을 받지 않으며, 사적 이익을 위해 불공정한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
원칙 6: 광산 운영자들은 광산업과 연관된 모든 이해 관계자들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한다.
티파니앤코는 IRMA의 창립 회원으로서, 자사 협력체들이 IRMA의 원칙을 유지하는지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이를 어기면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 티파니앤코는 IRMA 인증을 받은 다이아몬드만 매입하며 IRMA 회원 단체가 아닌 곳과 거래하지 않는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인권 신장과 환경 개선이다. 국제 노동 기준이 도입되면서, 채굴 노동자들은 강제노동에서 자유롭고 채굴국 물가 인상률을 고려한 임금을 지급받는다. 환경오염은 친환경 중장비를 투입해서 줄이고 있다. 채굴 시 발생하는 분진을 흡수하거나, 다이아몬드 원석을 걸러낼 때 물을 덜 사용하는 기계를 활용하는 식이다. 또한 채굴 토지를 복원하거나, 수명이 남은 광산을 재활용하여 지속 가능한 다이아몬드를 지향한다.
채굴 작업 전 안전 회의를 하는 IRMA 협력업체 종사자들. ⓒIRMA
IRMA를 고수하면 매입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의 양이 줄어든다. 그만큼 따져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티파니앤코는 전 세계의 다이아몬드 중 0.4%만을 사용한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그들은 진정한 장인 정신은 믿을 수 있는 원석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장인은 올바름을 추구한다. 그런 장인의 손에서 비극적인 원석을 다루는 일은 올바름을 저버리는 행위일 것이다. 티파니앤코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윤리적 다이아몬드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2018년,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라는 비영리 단체로부터 '책임 있는 대외구매'부문에서 Strong 등급을 받았다. Strong은 가장 높은 Excellent 등급 아래인데 주얼리 브랜드에서는 티파니앤코가 유일하다.
IRMA에 소속된 다이아몬드 광산이나 업체는 대체로 규모가 큰 곳이다. 원칙을 따르는데 드는 비용이 높은 편이라 작은 곳에서는 지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티파니앤코는 티파니앤코 재단을 세워서, IRMA에 가입하지 못하는 소규모 다이아몬드 광부들을 돕는다. 광부들에게 직업윤리와 채굴 기술을 교육하고, 장비를 지원하며, 그들이 다이아몬드 시장에 직접 참여하여 수익을 낼 수 있게끔 공을 들인다. 2000년에 설립한 티파니앤코 재단은 지금까지 영세 다이아몬드 광부들에게 2천만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티파니앤코는 금, 백금, 은, 진주의 윤리적 채굴에도 앞장선다. 금을 예로 들면, 티파니앤코는 비영리 단체 Earthworks의 No Dirty Works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금 도소매업자와 채굴 기업에게 윤리적인 금의 가치를 설득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금을 올바르게 채굴할수록 금 광부들의 삶이 나아지고, 금 산업 역시 성숙하게 진보할 것이라고 그들은 믿는다. 티파니앤코는 다이아몬드뿐만 아니라, 다른 보석에도 윤리성을 강조한다. 이들에게 보석은 그래야만 하는 존재이다.
많은 브랜드가 환경을 생각하고 노동자를 위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소위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한때 제품과 서비스를 잘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이제는 제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시대이다. 가격이 훌륭해도, 품질이 뛰어나도, 브랜드 명성이 높아도 브랜드가 내놓는 것들이 윤리와 거리가 멀면 소비자는 외면한다. 소비자들은 진심으로 인류애를 추구하고, 지구를 생각하는 브랜드 편에 선다. 이러한 기조는 2010년대 후반으로 가면서 전 세계적으로 짙어졌다.
티파니앤코는 브랜드의 윤리적 행보가 주목받기 전부터 책임 있는 보석 매입을 시행했다. 보석의 출처를 밝혔고, 보석을 다루는 사람들의 책임감을 중요시 여겼으며, 채굴 노동자의 권리를 생각했다. 믿을 수 있는 원석만을 취급하는 것은 티파니앤코를 지탱하는 근본이다. 그 근본으로 그들은 세상에 없던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티파니앤코가 만든 주얼리에는 협력자의 윤리와 광부의 행복과 티파니앤코의 의지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