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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오 Jun 02. 2022

2022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오다

책과 사람들


어제 2022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렸다. 위치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이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박람회인데 이번 기회에 방문해보았다. 오늘 글은 가볍게 풀어내고자 한다.






박람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인파에 놀랬다. 종이책이 역사의 유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매해 거론된다. 빽빽하게 들어선 줄을 보고, 종이책은 오랫동안 인류와 공존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어떤 이는 도서전 리플릿을 훑었고 어떤 이는 지인과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었다. 한 부부는 특정 작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점잖고 세련된 어법이었다. 한 아이는 바닥에 앉아서 동화책을 뚫어지게 보았다. 아이 옆에 선 엄마도 책을 읽었다. 모전자전이었다. 기다림은 지루하지 않았고 편안했다.


나는 사전 예매 관리 데스크에서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팔찌 표를 받아서 입장했다. 여러 출판사 부스가 오와 열에 맞추어 펼쳐져 있었다. 위에서 보면 바둑판같았을 것이다. 부스는 출판사의 개성 표출의 장이었다. 붉은색으로 부스 가벽 전체를 두르거나, 출판사 이름을 오목하고 볼록한 간판으로 만든 식이었다. 선명한 화질의 모니터로 신작을 소개하는 부스는 마치 전자제품 매장과 흡사했다. 부스에는 출판사 직원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유니폼을 입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들은 저마다의 역할이 있었다. 외부 업체와 미팅하는 사람, 책을 판매하는 사람, 책을 계산하는 사람, 안내하는 사람이 따로따로였다. 그들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렀다.


부스와 부스 사이의 길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의 밀도는 높아졌다. 책을 사려는 사람들과 작가의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과 부스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뒤엉켰다. 그러나 발 디딜 틈 없는 그 빽빽함 속에서도, 사람들은 자기가 찾는 출판사 부스로 곧잘 향했다. 뒤엉킴이 엉키고 풀리기를 반복하면서 무질서는 질서를 포용하고 질서는 무질서를 용인했다. 이 두 가지는 같은 것이었다. 나는 조금 구경하다가 문학동네 부스를 방문했다. 김훈 선생의 새로운 단편 소설집을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강산무진이라는 단편 소설집 이후 16년 만이다.



문학동네 부스에 몰린 사람 수는 다른 출판사 부스보다 압도적이었다. 겹겹이 층을 이룬 방문객들로 인해 다른 책을 구경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겨우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서 김훈 선생의 책을 집어 들고 계산 대기줄에 섰다. 한숨을 돌리고 주변을 살피니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계산을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서, 김훈 선생의 책을 구매하는 이는 나뿐이었다는 것이다(웃음). 김훈 선생의 글이 호불호가 있다 보니 맞지 않는 사람은 독서 진도가 쉽게 나가지 못하지만, 그 힘찬 문장의 묘미를 알게 되면 헤어 나올 수가 없다. 나는 그 묘미에 빠져 김훈 선생의 팬이 되었다.




신작의 제목은 '저만치 혼자서'이다. 기존 집필 작업 도중에 쓰신 글을 엮어서 낸 책이라고 들었다. 김훈 선생은 원고지에 연필로 글을 쓰시는데 표지 띠는 그것을 디자인화 했다. 키보드로 입력한 문장과 달리, 손으로 쓴 문장은 작가의 성격과 생김새를 더 선명하게 담는다. 표지 띠에서 김훈 선생 다움이 느껴졌다. 작년에 나도 손으로  을 브런치에 발행한 적이 있다. 나의 성격과 생김새를 되돌아보는 것은 고사하고, 손가락 마디가 저리고 손톱 끝이 아려서 고생했다. 얼마 안 되는 분량을 쓰는데도 이러한데 1948년생이신 선생은 평생 손으로 글을 쓰고 있으시다. 책은 할인된 값으로 샀다. 아직 시중에 발매되지 않은 책을, 그것도 좋은 가격으로 구해서 기뻤다. 이 책은 지금 읽는 책을 다 읽고 천천히 정독하려고 한다. 바로 읽으면 아까울 것 같아서 그렇다.






더 둘러보고 싶었으나 선약이 있어서 자리를 마무리했다. 다양한 체험 이벤트와 유명 작가의 강연회가 있었는데 경험하지 못해서 못내 아쉽다. 그래도 잠깐이었지만 알찬 시간이었다. 영상과 이미지가 강조되는 시대에, 활자를 아끼는 사람들이 여전히 풍요롭다는 것을 알게 되어 위로를 받았다. 다음에는 여유가 있을 때 와서 오래 머물러야겠다.


가기 전에 사진 한장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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